“한국적 생각과 습관을 못 버리겠다면 당장 귀국하라”
▲ 일러스트 박상철
여전히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영어를 빨리 배우려면 모름지기 미국이나 영국, 그 밖의 영어권 국가로 건너가 공부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신념을 실천에 옮겨 1년 안팎의 단기 어학연수에 막대한 돈과 노력을 쏟아 부은 사람 중 과연 몇 명이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그보다는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좌절과 낭패감에 휩싸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사실 ‘어학연수’를 빙자한 이런 식의 해외여행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성공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모호한 목표만 있을 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과 학습자 자신의 굳은 의지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 떠나기로 했다면 마음 독하게 먹고 여기를 주목할 것! 연수 기간 중 당신의 소중하고도 값진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영어 실력 향상에 집중할 수 있는 몇 가지 ‘실천 가능한 미션’을 제안한다.


미션 1 동양인을 멀리하라

끼리끼리 어울릴수록 서양 문화 경험 기회 줄어
일본인과의 서툰 영어 대화도 콩글리시만 늘 뿐

 어학연수를 떠난 한국인이 현지에서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유혹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한국인끼리 어울리고 싶은 일명 ‘유유상종’의 유혹이다. 낯설고 물선 곳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것처럼 편안하고 손쉬운 게 어디 있겠나. 일부는 한국인 못지않게 영어 사용에 서툰 일본인과 친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물론 서양에서 처지가 비슷한 동양인끼리 유대관계를 맺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동아시아인 구역(East Asian Bubble)’ 같은 친숙한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 안주하는 건 누가 봐도 영어공부 해보겠다며 외국까지 쫓아온 어학연수생이 취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한국인끼리 어울리며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순간이 늘어날수록 서양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한국어로 의사소통 하는 것이나 한국식 생활방식에 익숙해지는 것 모두 영어 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 부딪히게 돼 있다. 현지인들은 분명 당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일본인과 서툰 영어로 대화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이 역시 위험 신호이긴 마찬가지다. 일본어는 문장 구조나 문법 등 기초적 언어 체계가 한국어와 놀랄 만큼 흡사하다. 영어 사용에 서툰 일본인을 만나 영어로 대화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이에 익숙해졌다고 하자. 당신은 영어 실력이 늘었다고 기뻐하겠지만 그건 엄청난 착각이다. 늘어난 건 영어 실력이 아니라 콩글리시 실력일 뿐이다.

물론 한국인끼리, 영어 실력이 고만고만한 동양인끼리 어울리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기를 쓰고 외국까지 온 이유를 되새긴다면 이를 악물어야 한다. 되든 안 되든 현지인과 의사소통 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도저히 못하겠다면 깨끗이 단념하고 인천행 항공편을 예약해라. 그 편이 외국에서 한국인끼리 어울리는 최악의 상황보다 훨씬 건설적인 대안이다.


미션2 현지인처럼 생각하라

동성애·인종 문제 공개적 언급은 명백한 금기
문화에 동화해야… 이해 힘들어도 비판은 자제를

영어 속담 중에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라(In for a penny, in for a pound)’는 말이 있다. 어학연수생에게 적용한다면 이 속담은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있겠다. ‘영어 실력을 늘리겠다며 영어권 국가로 날아와 아무리 용을 써도 현지 문화를 뼛속까지 이해하려는 노력 없인 말짱 도루묵이다!’

‘언어를 익히려면 그 나라의 문화부터 들여다보라.’ 사실 말은 쉽다. 그러나 이 말을 실천에 옮기는 건 그리 쉽지 않다. 문화만 놓고 보면 동양과 서양은 너무나도 다르다. 한국인의 생각은 뿌리 깊은 유교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웃어른을 공경하고 스승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여기며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도덕 가치를 중시한다. 반면 서양에선 어떤 상황에서도 나이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권위를 의심하거나 비판하는 행위도 얼마든지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지나치게 보수적인 사람에겐 ‘고상한 척한다’거나 ‘사고가 편협하고 완고하다’는 꼬리표가 붙게 마련이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정말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므로 주목하자. 당신이 연수지로 결정한 곳이 뉴욕이든 LA이든 런던이든 그 도시들엔 공통점이 있다. 문화적 관점에서 ‘무엇이든 허용되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이들 도시를 찾은 해외 여행객들은 길거리에서 진한 키스를 나누는 연인이나 손을 맞잡은 채 애정 어린 시선을 주고받는 동성애자와 마주치면 상당한 문화적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가 허용되는 것과 이를 발설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개방적인 듯 보이는 서양 사회에서도 동성애나 여성 인권, 서로 다른 인종 간 결혼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명백한 금기에 해당한다.

행여 누군가로부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다 해도 섣불리 동조하거나 반기를 드는 등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보다는 침묵을 지키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새 극악무도한 민족주의자나 성 차별주의자로 낙인 찍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할지 모른다.

미션 3 문법책? 집어 던져라

도서관·공부방 대신 거리로 뛰쳐나가라
스포츠클럽 가입, 자원봉사 활동이 더 중요


영어권 국가의 대도시를 걷다 보면 두툼한 영문법 책을 신줏단지처럼 껴안고 다니는 한국인 어학연수생과 종종 마주치게 된다. 그들의 품에 고이 자리 잡은 책은 대개 레이먼드 머피(Raymond Murphy)가 쓴 ‘실용 영문법(Grammar in Use)’ 같은 것들이다. 한국인 연수생이 걸리기 쉬운 또 하나의 덫은 이를테면 이런 질문에 관한 것이다.

 ‘랭귀지 스쿨 수업 시간 이외의 자유시간엔 도대체 뭘 해야 영어를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에 대한 최선의 답변으로 ‘문법 공부’를 선택한다. 그리곤 추호의 의심도 없이 수업이 끝나면 방에 틀어박혀 경건한 자세로 정좌한 채 문법책을 파고든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영어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이 뉴질랜드로, 미국으로, 영국으로, 혹은 호주로 어학연수를 왔다는 건 곧 영어권 사회를 향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렇게 뛰어든 곳이 도서관이나 공부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연수까지 가서 하숙방 한 귀퉁이에 홀로 앉아 있는 건 그 사회를 경험하는 게 아니다. 방은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그저 방일 뿐이다.

억지로라도 현지인과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에 스스로를 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어 실력은 늘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물론 씩씩하게 거리로 나가 적극적으로 친구를 사귀려는 시도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어렵게 마음먹고 손을 내민다 해도 대부분은 면전에서 거절 당할 게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배우러 왔다면 수업이 끝나자마자 도서관이나 하숙방이 아닌 거리로 뛰쳐나와야 한다.

정말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아예 그 사회의 일부가 되겠다고 결심하자.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클럽에 가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지역 축구팀에 들어가면 된다. 아이들과 노는 게 즐겁다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영어를 배우러 온 다른 나라 사람(단 아시아계는 제외)과 친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신이 머무는 곳이 어디든 그런 외국인은 널려 있다.

원래 성격이 개방적이고 활달하며 사교적이라면 금세 상당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것이다. 좀 소심한 편이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부끄럽다 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아무도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미션4 ‘알바’도 언어에 도움되는 것으로

한국인 동료 있는 레스토랑·커피전문점 NO!
편한 곳 피하고 영어 많이 해야 하는 곳으로

서양 사회에 편입하는 보다 실제적인 방안 중 하나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취업을 하는 것은 재정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되므로 잘만 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 구직활동을 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국인 연수생들은 수입이 많지 않아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런던이나 뉴욕에 넘쳐나는 일식 레스토랑과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의 스태프 중 상당수가 한국인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분명히 말하건대 그런 곳에서 일한 경험은 당신의 영어 실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인 동료가 대부분인 그곳에서 굳이 영어를 쓸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100%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스스로를 몰아넣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영어가 늘 거라고 기대 하는 건 턱없이 낙관적이고 안이한 자세다.


미션 5 한국인 민박집에서 탈출하라

룸메이트와 잡담하며 돈·시간만 축내기 일쑤
최대의 적은 바로 당신… 익숙한 것들과 결별을

어학연수생에게 ‘안전지대(comfort zone)’란 으름장을 놓으며 기를 죽이는 사람도,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없는 최고로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과 문화 체계가 너무 다른 나라에 머물며 현지 언어를 배우려면 이런 안전지대로부터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해야 한다. 편안한 것들과 결별하고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치며 도전을 거듭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큰 탈출은 숙소 선택에서부터 시작된다. 연수 기간 중 누구와 함께 지내느냐 하는 문제는 연수 자체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많은 한국인 연수생이 이 단계에서 심각한 유혹에 시달린다. ‘말이 잘 통하는 한국인이나 어설픈 영어로도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일본인 친구를 룸메이트로 두면 좋겠다!’ 실제로 런던이나 LA엔 한국인 연수생으로 꽉 찬 민박집이 꽤 많다.

낯선 곳에서 한국인 룸메이트와 지내는 생활, 물론 굉장히 재미있을 것이다. 밤새도록 맥주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나눌 수도 있고 가족이나 선생님의 방해를 받지 않고 여름 캠프에라도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한국인 룸메이트와의 동거는 재미있고 값싸고 안전할지는 몰라도 당초 연수의 목적인 ‘영어실력 향상’을 고려한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한국식 생활은 자연스레 한국적 환경을 낳는다. 물리적 장소만 외국일 뿐 서울이나 부산, 대구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 속에 지내게 될 수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 하루 온종일 사용하는 영어라고 해야 얼마나 되겠는가. 랭귀지 스쿨에서 익힌 유형별 대화, 물건을 사고팔 때나 버스를 타고 내릴 때 하는 말, 랭귀지 스쿨 친구와 나누는 잡담 몇 마디가 고작일 것이다. 해외까지 나가 그런 상황을 반복할 생각이라면 당장 모든 걸 정리하고 조속히 귀국하라고 충고하겠다. 쓸데없이 현지에 머물며 돈만 축내느니 한국에 머물며 원어민 강사가 가르치는 학원에 등록하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 영어를 공부하겠다는 것은 곧 ‘영어권 국가’라는 환경에 완전히 몰입해 영어 실력을 갈고닦겠다는 결심이다. 현지인의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적어도 연수 기간 중에는 온전히 현지인의 일원으로 생활하겠다는 자신과의 다짐인 것이다. 만약 그런 도전을 거부한 채 연수를 떠나서도 현지 문화 바깥에서 맴돌기만 한다면 그 여행은 십중팔구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혹시 당신이 연수를 준비하고 있거나 연수 중이라면 다음 세 가지를 항상 유념해야 한다. 첫째, 스스로를 끊임없는 도전으로 몰아넣어라. 둘째, 익숙한 모든 것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안전지대’로부터 탈출해라. 셋째, 주춤거리지 말고 매사 용감하게 온몸으로 부딪쳐라. 힘들게 결심한 연수를 성공으로 이끌려면 그 정도 정신무장은 필수다. 재삼 강조하지만 영어 학습에 있어 최대의 적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바로 당신 자신이다.


 

어학연수 선택 기준 4가지

1. 내가 배우려는 영어는 미국식일까, 영국식일까?

연수 국가를 선택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므로 섣불리 결정해선 안 된다. 우선 같은 영어권 국가라도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되는 영어와 영국·뉴질랜드·호주에서 사용되는 영어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식 영어(American English)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싶다면 미국이나 캐나다가 최선의 선택이다. 영국식 영어(British English)는 미국식 영어와 문법·철자·단어·발음 등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국식 영어에서 ‘Saturday’를 발음할 때는 ‘t’ 소리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미국식 영어에서는 ‘t’ 발음이 약해져 ‘d’처럼 들린다. 또한 같은 승강기라도 영국식 영어에서는 ‘lift’, 미국식 영어에서는 ‘elevator’라고 지칭한다. 동일 개념에 서로 다른 단어를 적용하는 것이다.

2. 영어에 집중하려면 소도시, 다양한 체험 원하면 대도시

연수 기간 중 머물 도시의 규모를 결정할 때는 연수 국가를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연수의 목적이 영어를 단기간에 익히는 것이라면 많지 않은 외국인과 빨리 친해지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도시가 적합하다. 런던이나 뉴욕, LA와 같은 대도시는 한국인이 너무 많아 영어 학습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소도시 생활은 따분한 편이어서 자투리 시간에 할 만한 일이 마땅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영어 학습 속도보다 연수 중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대도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연수기관 선택보다 숙소 정하기가 더 중요

연수를 계획하는 한국인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출발 전 연수기관을 정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다. 그러나 어떤 학원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연수를 떠나보면 알겠지만 진짜 영어는 대부분 교실 밖에서 익히게 된다. 현지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리얼’한 대화를 공부하는 것도 수업이 아닌 실생활인 경우가 많다. 학원 선정에 쏟을 에너지가 있다면 그 시간에 차라리 행선지와 숙소를 좀 더 고민하라. 그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

4.짐 꾸릴 때 사전은 제발 버려라!

이 말이 혹여 심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인정한다. 그러나 어학연수를 떠나는 당신이 스스로에게 베풀 수 있는 최선의 호의는 출국 전 짐을 꾸릴 때 사전을 과감하게 덜어내는 것이다. 사전은 어휘와 관련된 상황별 해결책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형태로 정리돼 있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진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뒤적이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하다. 상황에 몰입하는 전략으로서도 그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상대방의 말을 100%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다. 연수를 성공으로 이끌려면 사전 뒤에 숨어 쭈뼛거리는 것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상대의 의견을 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자세가 백 배는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팀 알퍼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IT타임스(ittimes.co.kr) 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어학원 영어 강사 역임.


/ 번역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
싱가포르·홍콩처럼 ‘이중언어’ 코리아가 되고 싶다면…
싱가포르는 동아시아 모든 국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작은 섬나라는 영어를 포함, 공식언어가 4개나 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많은 이들이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6위인 이 경제대국의 탄생 비결 중 하나가 ‘국민들의 경이로운 언어구사력’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매년 영어교육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일본과 중국, 한국과 같은 극동아시아 국가들은 절망 속에서 싱가포르의 약진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싱가포르처럼?
이 대통령 “따라잡자”고 팔 걷어붙이지만
이중언어 국가들은 정책 아닌 역사적 배경 덕분


이명박 대통령은 일찍이 싱가포르의 팬이었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부터 틈날 때마다 “한국도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이중언어 사용국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실행방안으로 영어만 사용하는 국제학교의 설립을 역설해왔다.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꽤 매력적이다. 한국 기업들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시도 단계에서부터 거대한 난관에 부딪히곤 한다. 대개 해당 국가에 대한 언어적·문화적 지식 부족에서 비롯되는 장벽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서양문화의 세세하고 미묘한 부분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영업 담당 매니저나 최고경영자(CEO)의 미숙한 영어실력 역시 기업의 글로벌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물론 LG나 삼성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한국엔 세계를 무대로 뛰는 다국적 기업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 싱가포르 최상위 성적 우수자들이 입학하는 래플스 주니어 칼리지 학생들. 이 학교의 학생 대 교사 비율은 13 대 1에 불과하다. (photo 래플스 주니어 칼리지)
‘우리도 싱가포르 사람들처럼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만 있으면 세계화는 자동으로 이뤄질 거야. 그때쯤이면 네이버와 포스코, 롯데, 두산 같은 우리 대기업도 세계시장에서 LG나 삼성 못지않은 활약을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건 비단 이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많은 한국인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역사를 돌이켜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스위스, 인도, 벨기에 등 전세계에 분포한 이중(혹은 다중)언어 사용국을 탄생시킨 건 ‘국가정책’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이기 때문이다.


이중언어국가=영어권 식민지
싱가포르·홍콩·인도… 모두 한때 영국 식민지였던 곳
자력으로 여러 언어 구사하는 민족은 세계적으로 없어


싱가포르는 1819년부터 1965년까지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다. 이 시기에 식민 지배자들은 일찌감치 결심했다. ‘원주민에게 미개한 현지어를 가르치느니 차라리 영어를 가르치자. 그 편이 통치하기에 훨씬 편리할 테니!’ 또 다른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인도는 또 어떤가. 영국인이 처음 인도 땅을 밟았을 때 인도는 심지어 단일 국가도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인도에서 영어는 그야말로 ‘필수’다. 지역별로 주로 사용되는 언어가 저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영어는 엄연한 ‘제2언어(second language)’다. 만약 누군가 사업상 인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면 유창한 영어실력부터 갖춰야 할 일이다.

한국은 반만 년의 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아왔다. 20세기 초 한국을 식민지로 만든 일본인은 줄기차게 한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런 일본인을 경멸했다. 숫제 일본어라면 입도 벙긋하지 않겠다는 이도 있었다.

세계사를 돌아보면 과거 유럽 국가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던 나라들은 하나같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현재 아프리카인 중 프랑스어에 능통한 이들은 프랑스 식민통치로 핍박 받은 선대의 후손이다. 지금 그들 중 상당수는 자유로운 프랑스어 의사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프랑스로 이주해 살고 있다. 알제리나 콩고, 튀니지 국민들이 프랑스어를 할 수 없다 해도 지금처럼 프랑스에서의 삶을 염원할 수 있었을까?

인류 역사를 통틀어 자력으로 이중언어 사용국이 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최근 빠른 속도로 이중언어 사용국에 편입 중인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책적 노력이나 캠페인 따위가 아니라 조국을 등진 채 끊임없이 국경을 넘고 있는 이민인구 덕분에 저절로 이중언어 사용국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 이민자들은 대개 스페인어를 구사한다.) 누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역사의 조류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영어몰입교육’이면 다 해결?
“국제학교 많이 지으면 된다” 구호성 계획만 거창
제대로 가르치려면 천문학적 비용 소요, 현실성 없어


역사적 흐름을 무시한 채 “우리가 세계 최초의 인공적 이중언어 사용국이 될 수 있다”며 잰걸음을 재촉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속내엔 ‘영어몰입교육’이란 비밀병기가 있다. 영어를 별도 교과로 떼어내 가르치는 게 아니라 모든 교과를 가르치는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게 영어몰입교육의 골자다.

영어몰입교육의 효과는 국제학교(International schools)에 다니는 학생들에 의해 일차적으로 입증된 상태다. 당초 국제학교는 국가 간 이동이 잦은 사업가나 외교관 자녀들이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 가게 됐을 때 원활한 교육을 받게 할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였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학교가 사용하는 공식어는 영어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 기관에 의해 운영되는 국제학교는 엉뚱하게도 자녀의 영어교육에 관심이 지대한 부유층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영어몰입교육의 발상은 논리로만 따지면 제법 그럴 듯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국제학교 수준의 학교가 더 세워질 수 있도록 정책을 완화해 다음 세대에선 누구나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청사진은 고무적이기까지 하다. 문제는 이 계획의 실행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한때 우크라이나공화국의 수도 키예프에 있는 한 국제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국제학교식 영어몰입교육’을 고민하는 한국인에게 도움 될 만한 몇 가지 사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첫째, 그곳 학생들은 출신부터 남달랐다. 대부분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교관 부모를 둔 이들로 거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다. 발음이 원어민 수준인 건 물론 최소한 또래 미국(혹은 영국) 어린이 수준의 어휘력을 갖추고 있었다.

둘째, 그곳의 수업료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쌌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장관 아들이 아니면 유명 축구선수 동생이었다. 오로지 ‘교육다운 교육’ 하나만 생각한다면 최고급 국제학교는 썩 괜찮은 해법이다. 그러나 엄청난 행운으로 돈벼락을 맞은 이가 아니면 그런 수준의 수업료를 결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제일 강조하고 싶은 건 그 학교 교사가 전원 영국인이었다는 점이다. 모두 잘 훈련되고 중등학교 교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갖춘 이들이었다. 영문법이나 교육학적 지식을 배우지 못한 교사나 교단에 서본 경험이 전무한 ‘완전 초보’ 교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
“보조교사 더 채용하겠다”… 현 정책은 양(量)만 강조
수준 떨어지는 ‘한국인끼리의 몰입교육’은 하나마나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한국에서도 영어몰입교육을 위해 매년 3000명의 영어교사가 양성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또한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 온 사람이나 영어실력이 유창한 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보조 교사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다. 그중에서도 몰입교육에 ‘더 많은 원어민’을 투입하겠다는 생각은 최악이다. 한국은 이미 미국, 영국, 캐나다, 그것도 모자라 교민에 이르기까지 영어교육에 투입되는 수많은 원어민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들 대부분은 교육 경험이 전혀 없으면서 오직 돈  벌 궁리 하나만으로 입국한 자들이다. 한국에서 영어교사 수급을 논할 때 ‘더 많은(more)’이란 말은 필요 없다. 중요한 건 ‘더 좋은(better)’ 교사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영어몰입교육의 모순은 또 있다. 한국 학생으로만 꽉 찬 교실에서 한국인 교사가 영어만으로 진행하는 수업이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을까? 이미 상당수의 한국 대학이 영어몰입식 강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검증할 만한 효과를 거뒀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물론 기초적 강의는 영어로만 진행해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질의응답 시간만 되면 강의의 질은 확 낮아진다. 별도의 보충학습 없이 학생을 강제로 영어토론이나 영어발표, 복잡한 수학논리의 영어설명 등의 상황에 몰아넣으면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

서울 소재 모 대학 공대에 재학 중인 이경희씨는 최근 참여했던 영어몰입식 강의에서 겪은 당황스러운 일을 털어놓았다. “기본적인 내용은 영어로 진행해도 별 무리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심화된 주제에 대해 토론해야 하는 시간엔 저도 모르게 한국어가 튀어나왔어요. 친구들도 마찬가지였고요. 구체적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정확하게 전달할 정도로 영어실력이 정교하진 못했던 거죠. 아마 교수님도 저희와 크게 다르지 않으셨을 거예요.”


한국만의 시스템 필요
교사 수 늘리기보다 기존 교사 자질훈련에 집중을
정부·학교·학원 함께 효율적 학습모델 고민하길


전국민이 영어를 한국어처럼 유창하게 말하는 나라로 만들고 싶긴 한데 강제로 할 방법은 없고, 제대로 된 영어몰입교육을 하려니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한국인끼리 해보려니 실력이 달리고…. 이 어려운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포기해선 안 된다. 가망 없는 일에 신경을 쏟기보다 가치 있고 실행 가능한 부문부터 투자하는 게 우선이다. 양(quantity)은 결코 질(quality)을 대체할 수 없다. 검증되지 않은 원어민 교사 수를 늘릴 여력이 있다면 기왕 있는 원어민 교사의 자질 훈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인 영어교사의 수준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영어 교육과 관련된 정책이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의 헛된 약속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한국이 진정 이중언어 사용국으로 거듭나려면 ‘더 많은’ 서비스 제공에 치중하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땅 어디에나 차고 넘치는 학원과 영어책은 한국을 이중언어 사용국 근처에도 데려가 주지 못한다. 지금 있는 학원의 절반만이라도 제 역할을 다해준다면 ‘바이링구얼 코리아(bilingual Korea)’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대로라면 그 꿈은 헛된 공상(pipe dream)에 불과하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기 위해 과거 식민지 시대로 돌아갈 순 없는 노릇이다.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나라들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도 부질없다. 한국인이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당국과 사교육기관, 각급학교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어떤 방법이 한국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일지 논의하는 것이다.

영어교육에 관한 한 한국은 너무 오랫동안 아시아란 좁은 틀에 갇혀 선진국의 시스템을 답습해왔다. 이젠 문제의 본질을 향해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한국인이 영어를 가장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는지, 그러려면 어떤 학습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 이해관계가 걸린 모든 당사자가 참여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역사의 조류를 뒤집는 건 불가능하지만 잘못된 시스템을 점검하고 바로잡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단 외국 시스템의 수입은 안 된다. 철저하게 한국인의 필요와 욕구를 바탕으로 관련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

 

외국의 언어몰입교육

캐나다 정부서 프랑스어 몰입교육 주도, 주별로 실시
필리핀 수학·과학은 영어, 역사·지리는 타갈로그어
스페인 자국어 외 특정 지방의 토착언어 동시 교육


이중언어 교육은 정치적 혹은 지리적 이유로 세계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많은 경우 각국은 자국 영토 중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지역 주민을 달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이중언어 교육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캐나다는 엄밀하게 말해 이중언어 사용국이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인구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 사실에 고무된 캐나다 정부는 ‘프랑스어 몰입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캐나다 어린이는 유치원 때부터 특정 과목에 한해 프랑스어로 교육 받는다. 다만 연방공화국 체제로 운영되는 캐나다의 특성상 프로그램의 수준과 적용 범위 등은 주에 따라 달라진다.

필리핀은 종종 한국인이 배워야 할 교육모델을 지닌 나라로 꼽힌다. 필리핀의 공식언어는 타갈로그어와 영어 두 가지다. 필리핀의 모든 학교는 의무적으로 이 두 언어를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 예컨대 수학과 과학은 영어로, 역사와 지리는 타갈로그어로 가르치는 식이다.

스페인에선 스페인어만 통할 거라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스페인은 실로 다양한 언어가 통용되는 국가다. 카탈로니아어나 바스크어, 갈레고어 등 스페인 특정 지방 언어로만 교육되는 과목도 있다. 물론 이들은 스페인어 교육도 동시에 받는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스페인 인구 대다수는 2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2개 언어를 사용하는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새로운 외국어를 훨씬 쉽게 받아들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다른 언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약하기로 유명한 영국조차도 여러 개의 언어를 익히려는 움직임은 분명히 있다. 웨일스어 사용을 주장하는 이들이 영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한 결과, 영국 정부는 웨일스 지역 어린이에게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웨일스어를 사용한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웨일스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웨일스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영국인이 숱한데도 말이다.


영어 속에 자주 등장하는 프랑스어·독일어·라틴어

영어는 세계의 어떤 언어보다 양이 방대하고 쓰임새가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특정 상황을 묘사할 때 적절한 영어 표현을 찾지 못해 쩔쩔매곤 한다. 이 경우 프랑스어나 독일어, 라틴어 같은 외국어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영어소설이나 영자신문 등을 자주 접하다 보면 문어체 영어(written English)와 구어체 영어(conversational English)가 사뭇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현학적 표현을 즐기는 이들은 일상 대화에서도 문어체 표현을 곧잘 사용하지만 회화에서 프랑스어나 라틴어 표현을 쓰는 건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물론 영어 자료를 읽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해 자주 쓰이는 ‘비영어 표현’ 몇 가지는 알아두면 편리하다.

한국 영어교육에선 좀처럼 언급되지 않지만 익혀놓으면 도움이 될 프랑스어·독일어·라틴어 표현들을 정리했다.

프랑스어에서 빌려온 표현들
① mot du jour: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화두(話頭)
 예) Globalization is the government’s mot du jour.
  (세계화는 정부의 화두다.)
② je ne sais quoi: 말로 설명될 수 없는 긍정적 자질, 묘한 매력
 예) Marilyn Monroe had a certain je ne sais quoi.
  (마릴린 먼로는 묘한 매력을 지닌 배우다.)
③ avant-garde: 이제까지와는 다른, 급진적인, 새로운
 예) ‘Old boy’ is an avant-garde movie.
  (영화 ‘올드보이’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 작품이다.)
④ tour de force: 최대 업적
 예) Park Chung-hee’s construction of the expressway was his tour de force.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한반도에 고속도로를 건설한 것이다.)
⑤ en masse: 대량으로, 통틀어서
 예) People went to see ‘The Host’ en masse.
  (사람들은 영화 ‘괴물’을 보러 떼로 몰려갔다.)

독일어에서 빌려온 표현들
① shadenfreude: 타인의 불행으로부터 느끼는 행복
 예) A lot of Koreans took a sense of shadenfreude when the Japanese team was knocked out of the World Cup.
  (월드컵 경기에서 일본팀이 탈락했을 때 많은 한국인이 통쾌함을 느꼈다.)
② uber: ‘예외적으로’란 의미의 접두사
 예) She is uberfit, she can run a marathon without any training.
  (그녀의 체력은 초인적이어서 별도의 훈련 없이도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 정도다.)
③ verboten: 금지된
 예) Eating in a class is verboten at conservative schools.
  (보수적인 학교에선 교실에서 음식 먹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④ doppelganger: 같은 시공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환영)을 보는 현상. 분신령(分身靈)
 예) I thought I saw you in Sinceon yesterday, but if you weren’t in Seoul, it must have been your doppelganger.
  (어제 신천에서 당신을 봤어요. 당신이 그 시각에 서울에 없었다면 그는 틀림없이 당신의 분신일 거예요.)
⑤ zeitgeist: 시대정신, 사조
 예) That movie summed up how people feel in the modern world. It captured the zeitgeist of 2008.
  (그 영화는 현대인의 심리를 잘 요약해 주고 있다. 2008년 현재의 시대정신을 잘 포착한 작품이다.)

라틴어에서 빌려온 표현들
① bona fide: 진짜, 진품의
 예) This chair is a bona fide antique. (이 의자는 진짜 골동품이다.)
② pro bono: 무료로(선의로) ~하는
 예) Some doctors do pro bono work, and treat poor patients for free.
  (의사들 중 몇몇은 가난한 환자를 무료로 진료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③ quid pro quo: ~에 대한 보답으로
 예) She helped him with his homework, so quid pro quo he said he would give her a lift to college.
  (그녀가 그의 과제를 돕자 그는 답례로 그녀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④ ad nauseum: 지나치게, 과하게
 예) He spoke ad nauseum about how great he was, so everybody else got bored.
  (그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에 대해 과하다 싶을 만큼 떠들어대자 나머지 사람들은 이내 따분해졌다.)
⑤ ad hoc: 갑자기, 임시변통으로
 예) Some musicians who met on the beach started to play an ad hoc concert.
  (해변에서 마주친 몇 명의 음악가가 즉석 연주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 팀 알퍼(Tim Alper) |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IT타임스(ittimes.co.kr) 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어학원 영어 강사 역임.
번역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 일러스트 이철원
1 "IC근처로 MT갑니다"
멋대로 축약하고, 있지도 않은 단어 줄이고…


“우리는 내일 구리IC 근처로 MT를 갑니다.” 한국인이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해 누구나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문장이다. 그러나 이 말을 영어로 번역할라치면 비밀스러운 암호 해독을 앞둔 사람처럼 까마득해진다. 왜 그럴까?

MT의 원래 표현으로 알려져 있는 ‘Membership Training(멤버십 트레이닝)’. 물론 영어다. ‘IC’도 영어 단어 ‘Interchange(인터체인지)’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멤버십 트레이닝’은 지극히 한국적 개념이어서 영어로는 번역이 불가능하다. IC 역시 영어권 사회에서는 ‘인터체인지’로 통용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부정확한 축약과 생략을 남발하는 한국인의 고질적 언어 습관에서 비롯된다. 유형을 나누자면 크게 두 가지다. 멀쩡한 영어 단어를 한국인이 제멋대로 축약해 사용하는 경우가 하나, 영어 체계에선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를 줄여 사용하는 경우가 다른 하나다. 전자의 예로 대표적인 것은 ‘Music Video(뮤직 비디오)’다. 뮤직 비디오란 말은 영어권에도 엄연히 있다. 그러나 이를 축약한 ‘MV’는 일반적인 표현이 아니다. 아니, MT와 마찬가지로 애초부터 영어 체계엔 존재하지도 않는 말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하겠다.



2 A/S = After Sales Service?

영어로도 애매하고, 한국어로도 번역할 말 마땅찮아


사실 ‘A/S’라는 말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 하는 건 골치 아픈 문제다. ‘After Service(애프터 서비스)’는 명명백백한 콩글리시(Konglish)다. ‘After Sales Service(애프터 세일즈 서비스, 판매 후 서비스)’라는 표현이 그나마 원래 뜻에 가까울 순 있지만 이런 식의 해결 방법은 별 실익이 없다. 지금 당장 모든 한국인에게 A/S 대신 ‘After Sales Service’를 사용하라고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대답은 ‘절대 아니올시다!’ ‘After Sales Service’란 말은 한국인이 쓰는 A/S(제품 수선)의 의미라기보다는 마케팅 업계에서 소매상이나 광고업자에 의해 주로 사용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사용하던 헤어드라이어가 갑자기 작동을 멈춰버렸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원어민이라면 이럴 때 대개 “I will go and get it fixed(갖고 가서 수리해야겠어)” 혹은 “I’ll take it back to the shop(수리상에 갖고 가야겠어)”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당신이 영어권 국가(이를테면 미국)에서 “I need some After Sales Service because my hairdryer doesn’t work(헤어드라이어가 고장 나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를 맡겨야겠어)”라고 한다면 상대방은 ‘After Sales Service’라는 생뚱맞은 표현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A/S를 대체할 만한 한국어로는 뭐가 있을까? ‘구매 후 수선봉사’ 정도가 가능하겠다. 그러나 이 역시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서비스’란 말 자체가 한국어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3 '빨리빨리'가 부른 콩글리시

최적의 표현 찾으려는 노력 없이 급한 김에 약어만 남발


한국에서 ‘A/S’나 ‘수리점(repair shops)’ 등은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다. 영국은 18세기에 이미 산업화를 이뤘다. 자연히 영어는 산업화 과정을 겪으며 변화해온 사회 트렌드를 좇아 서서히 진화해 왔다. 그러나 산업화가 한꺼번에 진행된 한국의 특성상, 한국어 역시 숨가쁜 산업화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새로운 공공시설과 기업, 일자리가 갑자기 생겨나면서 개념은 있으되 분명한 명칭을 갖추지 못한 말이 생겨난 것도 그 때문이다. ‘A/S’처럼 그 뜻을 정확하게 설명해 줄 한국어가 없는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A/S’는 딱 떨어지는 표현이다. 기억하기 쉽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쓰기 편하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A/S 사용을 남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혼란을 불러일으킬 게 뻔한 지름길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발을 들여놓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해서, 적절한 한국어 표현이 없다고 해서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영어 단어를 떠올리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일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4 MT의 바른 영어

company outing, party… 상황이 100개면 표현도 100개


A/S와 비슷한 예로 광고를 뜻하는 ‘CF’가 있다. 흔히 ‘Commercial Film’의 약자라고 알려진 바로 그 단어다. CF 역시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일종의 신조어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립스틱에서부터 세탁기까지 온갖 것을 팔기 위해 혈안이 된 케이블 채널 광고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CF는 올바른 영어 표현일까? 일단 CF를 구성하고 있는 두 단어 ‘commercial’과 ‘film’은 모두 의심할 여지 없는 영어다. 그러나 영어 체계에서 이 둘은 좀처럼 결합되지 않는다. CF와 같은 방식으로 축약되는 일은 더더욱 없다.

MT는 영어로 어떻게 불려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무수히 많은 상황에 어울리는 무수히 많은 용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행사라면 ‘company outing(회사 소풍)’이, 대학 친구끼리 가볍게 한잔 하는 모임이라면 ‘party(파티)’가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과 떠나는 참이라면 ‘club get-together(클럽 사교모임)’이라고 하면 된다. 이 목록에는 얼마든지 다른 표현이 추가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은 ‘MT에 딱 맞는 영어 단어가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위와 같은 모든 경우를 통칭해 MT라고 부른다.

▲ 프랑스 자국어 보호기관 '아카데미 프랑세즈'홈페이지.

5 영어와 싸워라!

프랑스는 국어 보호 나서… 한국은 영어 신조어 경쟁


무슨 말이든 영어를 사용해 표현하려는 습성은 비단 한국어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대부분의 언어가 영어 표현을 빌려오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비교적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고자 할 때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선 아예 정부 차원에서 영어 남발에 대한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 자국어 보호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emie Francaise)와 같은 곳의 운영 자금을 지원하며 “영어 확산의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을 때 이를 적절한 한국어로 표현하기 위해 ‘싸우려는(fight)’ 이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손쉽게 영어 단어를 적당히 섞어 새로운 말을 만들고 퍼뜨리려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작은 정부’는 불행히도 프랑스식 ‘아카데미’에 쏟아 부을 시간도, 돈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건 어떨까. 기업이 부정확한 영어 약자를 사용한 광고 캠페인을 펼칠 수 없도록 하는 법안, 혹은 공식 문서상에서 ‘A/S’나 ‘IC’와 같은 이상한 영어 약자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드는 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독특한 상황을 영어가 아닌 적확한 한국어로 묘사하려는 노력?필요하다는 데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합의하는 일, 그리고 당장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추는 일이다.

“우리 이번 주에 MT 간다” 같은 문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쉽고 편한 지름길 같은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영어투의 표현을 한국어로 바꿔 말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한국어 표현이 부정확한 영어에 밀려 설 곳을 잃고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누구도 영어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전제는 ‘올바른 곳에 제대로 사용되는 영어’에 한해서만 유효하다. 원어민이 사용하지도 않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영어 신조어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 그럴 시간에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독특한 한국식 표현을 창조하는 데 좀 더 노력을 기울이자. 그 편이 ‘콩글리시 약어’를 만들어 전파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다.


/ 팀 알퍼(Tim Alper) |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 IT타임스(ittimes.co.kr)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학원 영어 강사역임.

출처 : http://blog.daum.net/monterey/8390574
"전치사가 뭐더라…" 무식한 원어민 강사 수두룩
한국인, 특히 한국인 학부모들은 으레 ‘영어는 무조건 원어민 강사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강사가 아무리 용을 써본들 평생 영어로 말하며 살아온 사람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겠냐’ 하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것이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무리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교육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어느 누가 ‘네이티브 스피커’보다 영어를 더 많이 알고 잘한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장담하건대 한국 학생 중 대부분은 영어 가르치겠답시고 한국을 찾는 원어민 강사들보다 (다른 건 몰라도) 영문법에 관한 한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강사 선발, 외국은 어떻게 하나

수개월 과정 공인자격증 필수… 현장 경험도 따져
한국은 대학졸업장만 있으면 전공 불문 “환영”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든 그렇지 않든 세계 각국은 대부분 자국에 랭귀지스쿨을 개설할 때 외국인 강사 고용에 앞서 엄격한 자격심사 과정을 거친다. 예컨대 영국에서 랭귀지스쿨을 열려면 영국문화협회(British Council)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국문화협회는 영국 정부기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그런데 이 허가과정이란 게 상당히 까다롭다. 학교 운영에 관해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학교 측이 고용한 원어민 강사가 학생들을 가르칠 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췄는지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평가항목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 일러스트 박상철
그 항목이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CELTA(Certificate in English Language Teaching to Adults)는 케임브리지대학이 발급하는 자격증으로 영국을 비롯해 호주와 뉴질랜드 등지에서 널리 통용된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국가에서 인기를 끄는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과정들은 대개 수개월의 집중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으며 적지 않은 수업료(약 170만원 내외)를 지불해야 수강할 수 있다. 수업 방법론과 영문법 등으로 구성된 콘텐츠도 다양한 편이어서 영어교사 지망자가 실제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데 유용하다. 물론 이런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강사 자리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상위권 랭귀지스쿨에 채용되려면 일정 자격요건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풍부한 현장 경험, 즉 오랫동안 많은 학생을 가르치고 실력을 향상시킨 성과가 더해져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시아 쪽 사정은 좀 다른 것 같다. 대부분의 아시아권 국가들이 영어강사를 채용할 때 어떤 자격이나 경험도 요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영어강사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단 하나, 대학졸업장(그것도 전공 불문!)뿐이다. 사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영어강사 자리를 구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취업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인터넷으로 접속, 전국 각지의 학교나 학원 홈페이지 채용란을 뒤져 간략한 지원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그 결과는? 한국에 와 있는 원어민 강사 중 압도적 다수가 영어교육 경험이 전무한 것은 물론,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이 전혀 돼 있지 않은 아마추어들로 채워지고 말았다.

원어민 강사, 이 정도는 돼야

영어에 대한 애정·언어학 훈련·교수법은 기본
자질도 안 갖추고 돈만 벌려는 건 ‘장사꾼’과 같아

모름지기 원어민 영어강사라면 적어도 다음 중 한 가지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모국어(영어)에 대한 무한한 애정, 언어학이나 문법에 관한 최소한의 훈련과정 이수, 교수방법론에 관한 기초적 수준의 지식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완벽한 교사가 되려면 말할 것도 없이 이 세 가지 덕목을 고루 겸비해야 한다. 기본 자질조차 없으면서 영어를 상업적으로 가르치겠다고 마음먹는 건 곤란하다. 이런 사람들은 ‘교사’라기보다는 좀 더 쉽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장사꾼’이라고 묘사하는 편이 차라리 정확하다. 불행히도 현재 한국에 진출한 원어민 강사 중엔 ‘장사꾼’ 부류가 너무 많다. 지금 당장은 그렇지 않다 해도 그런 유혹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으며 이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정작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한국인 중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머지않아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제대로 훈련 받지 않은 미숙한 원어민 강사들은 수업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전혀 없다. 심지어 그들 중 상당수는 언어로서의 영어 작동 기제를 깡그리 무시한 채 수업에 임한다.

사실 이런 문제는 비단 영어와 원어민 강사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인 강사 역시 같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어 강사 중엔 국어의 문법 체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도 수두룩하다. 한 무리의 외국인을 교실에 앉혀놓고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엉터리 원어민 강사들

‘have been to’와 ‘have gone to’ 차이가 뭐지?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 고백도

몇 년 전의 일이다. 잠시 한국에 머물렀던 나는 한 원어민 강사를 알게 됐는데 놀랍게도 그는 전치사가 뭔지 몰랐다. 그로부터 2년 후엔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게 됐는데, 그곳에선 ‘have been to’와 ‘have gone to’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두 표현이 같은 뜻이라고 가르치는 동료를 만나기도 했다. 한국의 영어학원들은 어쩌자고 영어 작동원리도 모르는 사람을 강사로 채용해 한국인 학생을 가르치게 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일부 원어민 강사들은 심지어 “교실에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고백한다. 그들은 수업 중 교과서 진도를 충실히 따라야 하는 건지, 아니면 학생들과 그저 수다를 떨기만 해도 되는 건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그들 중 누구도 수업 구성방식에 대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수업 구성이란 학생 개개인의 실력을 고려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영역별 학습기술 지도요령을 포함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단어 공부는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등을 모두 포함한 광범위한 개념이다.

물론 드물긴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한국에 와 있는 강사 중 일부는 영어교육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갖고 있다. 그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정식으로 교수법을 배운 이력도 갖추고 있다. 당연히 이들은 훌륭한 지도자로 인식되며 학생들로부터 존경 받는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전히 함량 미달의 원어민(이기만 한) 강사들이 넘쳐난다. 교실에 학생들을 잔뜩 앉혀놓고서도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하기 일쑤인 ‘엉터리’들 말이다.
 
원어민 강사’에 대한 환상을 깨라

학부모들, 덮어놓고 신뢰하는 자세부터 바꿔야
학원업자도 채용에 앞서 최소한의 검증 절차를

영어를 향한 아시아인의 갈망은 유럽인의 그것에 비하면 그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이다. 유럽에서도 한때 영어공부 열풍이 불며 ‘원어민 강사’ 모시기에 열을 올린 시기가 있었다. 한동안 영어가 공식적인 사업용 언어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물론 원어민 강사 문제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럽보다 훨씬 규모가 작고 교육열이 높은 한국 같은 나라가 원어민 강사에게 높은 교육적 잣대를 요구하는 유럽 수준을 따라잡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인은 그들 스스로에게, 혹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 땅을 밟는 이들이 어떤 배경을 지녔는지 따지고 점검하는 일에 지나치게 너그럽다. 역량 있는 강사를 분별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자세론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강사 하겠다며 한국행을 택하는 외국인들을 제재할 도리가 없다. 그들이 잘못된 정보를 전하고 형편없는 수업을 일삼아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단순히 외국인 탓으로 돌릴 수만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을 떠도는 많은 광고들이 외국인을 향해 ‘쉽게 돈 버는 방법이 있다’며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학원업자들은 자신이 채용하는 강사들이 정말 영어교육에 적합한 사람인지 제대로 검증하려 하지 않는다.

해결책은 뭘까

물리적으로만 규제해선 근본 문제 안 풀려
학교·학원 스스로가 강사 재교육 나서야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 요즘처럼 공교육 전반을 통틀어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영어교육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지금 당장 모든 원어민 강사에게 일정 이상의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실시한다면 준비 없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자격 미달 원어민 강사 수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엔…? 완벽한 해답이 될 순 없겠지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경험이 부족하고 교사 자질도 떨어지는 학교와 학원 강사들을 대상으로 각각의 채용기관이 학급 구성이나 영문법에 관한 최소한의 기초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영어교육의 질은 분명 한 단계 향상될 것이다.

꼭 이 방법이 아니어도 좋다. 그러나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 어떤 것이든 시도해야 한다. 영어강사 수급과 관련, 현 체계는 번지수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진지하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안 마련에 골몰할 준비가 돼 있다면 지금 당장 무슨 조치든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치사도 모르면서 스스로를 ‘영어 선생’이라고 지칭하는 외국인의 출몰을 앞으로도 그저 무력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원어민 강사 채용 담당자를 위한 몇 가지 충고 |

tip1. 서양인의 '투덜이' 성향, 사전에 주의 줘라


서양인 중엔 끊임없이 무언가에 대해 투덜거리는 이들이 꽤 많다. 그리고 자신의 불평불만을 그럴 듯하게 정당화하는 게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다. “한국 택시들은 교통 신호를 너무 무시한다”거나 “한국의 퀵서비스 오토바이들은 왜 멀쩡한 차도를 두고 인도로 달리는지 모르겠다”며 떠들어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실 박지성은 그리 대단한 축구선수가 아니다” “아침식사 메뉴로 밥에 김치를 곁들여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와 같은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 이들도 ‘투덜이 서양인’ 부류에 속한다.

비록 이들에게 상대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해도 한국인들은 이런 외국인을 접하면 으레 ‘이 사람은 한국 생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어떤 한국인은 이들의 발언을 ‘한국(인)’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런 서양인을 강사로 채용하려는 한국인 고용자들은 채용 직전의 단계에서 ‘투덜이 서양인’을 향한 한국인의 이런 선입견에 대해 완곡하고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tip2. 수업 투입 전에 ‘한국’과 ‘한국 문화’부터 가르쳐라

불행히도 ‘한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치겠다’며 한국을 찾는 대부분의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이때 사전지식이란 문화와 종교, 언어, 역사, 음식 같은 것을 모두 포괄한다. 이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을 채용하는 학교나 학원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해결책은 뜻밖에 쉬울 수도 있다. 원어민 강사를 채용하는 기관 차원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한 기초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자신이 고용한 원어민 강사가 훗날 문화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를 일으킬 경우, 고용자가 이에 대한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tip3. 함량 미달이 의심스러우면 ‘맞춤형 계획’으로 훈련시켜라

준비되지 않은 원어민 강사 채용의 폐해를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량 미달의 외국인을 강사로 채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한 가지만 명심하자. 수업에 투입하기 전 일종의 ‘맞춤형 계획’을 짜는 것이다. 예컨대 영문법을 가르칠 강사를 뽑았다면 약식으로라도 영문법 교육을 시켜준다. 영어회화 수업을 재미있게 진행할 강사를 채용했다면 학급을 어떻게 구성하고 꾸려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요령 몇 가지를 숙지시킨다. 고용자가 자신을 위해 일정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여 투자하는 걸 알게 된다면 아무리 숙련되지 않은 강사라 해도 자신의 수업에 보다 많은 공을 들일 것이고 그 결과는 이내 수강생의 높은 만족도로 나타날 것이다.


| 수강생을 위한 충고 |

#1. "나이는 잠깐 잊어주세요"

서양엔 유교적 가치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응당 ‘그런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로우대 사상이나 남성우월주의 같은 것도 당연히 없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종종 서양인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이 뒤섞여 있는 학원 수업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나이 어린 수강생들은 자칫 연장자에게 버릇없게 군다는 느낌을 줄까 봐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는 회화시간에서조차 입을 굳게 다문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 강사 입장에선 굉장히 이상할 뿐 아니라 원활한 수업 진행을 불가능하게 하므로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강사들조차 교실 내에서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수업시간만큼은 수강생들이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 같은 예의를 잠시 잊어주길 바란다. 

#2. “티처라니… 내 이름을 기억 못하는군”

스승에 대한 권위가 아직 공고한 한국에서 교사나 강사는 흔히 ‘선생님’으로 불린다. 그러나 영어엔 ‘선생님’에 해당하는 마침맞은 단어가 없다. 만약 당신이 다니는 학원 강사를 ‘선생님(teacher)’이라고 호칭한다면 그렇게 불리는 외국인 강사는 십중팔구 ‘이 학생이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서운해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학원에선 괜히 격식 차린답시고 선생님 운운할 필요가 없다. ‘존(John)’이나 ‘제인(Jane)’과 같이 그냥 편하게 강사의 이름을 부르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다만 학교에서라면 문제는 좀 달라진다. 서양에서도 학교 교사는 이름이나 성이 아닌 ‘Sir(남교사)’나 ‘Ma’am(여교사·미국식 영어)’, 혹은 ‘Miss(여교사·영국식 영어)’로 부른다.(영국에선 여교사의 결혼 유무에 관계없이 호칭을 ‘Miss’로 통일해 지칭한다.) 만약 학교에서 마주치는 원어민 강사를 정식으로 호칭하고 싶다면 ‘미스터 스미스(Mr. Smith)’ 하는 식으로 성 앞에 ‘Mr.’나 ‘Ms.’를 붙여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학원 강사에게 ‘Sir’ 같은 호칭을 붙여 부르는 건 우스꽝스럽다.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 팀 알퍼(Tim Alper)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IT타임스(ittimes.co.kr) 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어학원 영어 강사 역임.

  번역=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2008년 6월 23일 (2010호) 위클리 조선

출처 : http://blog.daum.net/monterey/5633829

오역 투성이에 쓰지도 않는 고전 영어 줄줄
첨단 전자사전 내용은 구닥다리
▲ 일러스트 박상철
엔가젯(engadget.com)은 전세계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이 열광하는 미국 사이트다. 얼리어답터란 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써보고 평가 내린 후 주위 사람들에게 제품 정보를 알려주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 휴대전화와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등 최신 정보통신(IT)제품 정보가 카테고리별로 등재되는 이곳에 최근 한 이용자가 한국 기업 아이리버의 전자사전 이용 후기를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아이리버 전자사전은 너무 매력적이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IT 강국’ 한국 사전의 현주소
MP3·메모·번역… 다양한 기능에 화려한 디자인 치중
생산자도 소비자도 내용보다 외형에만 신경써


한국인은 IT에 강하다. 디지털 컨버전스(convergence·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합쳐지는 일)가 일반화된 요즘 세상에서 휴대전화나 컴퓨터, MP3플레이어 간 경계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이런 때 ‘IT 강국’ 한국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 또한 오늘날은 그야말로 ‘디자인 본위 시대’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본뜬 MP3플레이어를 목걸이처럼 매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그게 ‘최신 유행’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전자기기를 액세서리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진화를 거듭해왔다.

오늘날 기업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자사의 전자기기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기능을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리고 그런 마케팅 전략은 종종 효과를 거둔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바로 내가 그 생생한 예다. 몇 달 전 나는 한국산 소형 전자사전을 하나 구입했다. 4GB 용량에 MP3플레이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었는데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았다. 대표적인 게 메모 기능. 그때그때 생각나는 내용을 사전에 메모해두고 필요할 때 그 내용을 고스란히 PC로 옮겨올 수 있었다. 나처럼 글 쓰는 사람에게 이 이상 근사한 기능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그 제품의 당초 용도는 어디까지나 ‘사전’이다. 사전으로 제작, 포장됐으므로 당연히 기능적 면에서도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 물론 내가 산 전자사전은 영어와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와 일본어 번역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구입한 건 분명 사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입 이후 한번도 그것을 본래의 기능대로 이용하지 않았다. 휴대전화에 내장된 사전만으로도 필요한 단어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나는 문제가 뭔지 계속해서 생각했고 마침내 원인을 찾았다. 한국의 사전은 (책에서 전자기기 형태로) 외형이 날로 좋아지고 있지만 내용물은 예전과 비교해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장담컨대 이는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예로부터 사전은 두꺼운 책 형태를 띠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반도체의 진화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전자기기에 열광하는 요즘 소비자,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단어를 즉시 번역해주는 따분한 상자’ 따위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제품이 얼마나 많은 기능을 갖고 있는지, 디자인은 얼마나 멋진지 등에만 눈길을 준다. 그 결과, 기업들도 앞다퉈 제품의 부가 기능을 추가하고 소비자를 열광시킬 만한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사전은 사실상 궁지에 몰렸다. 6·25 전쟁이 끝나고 산업화가 막 시작된 1950년대 중반 이후 한동안 한국인은 서양인과 얼굴 맞대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상황이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초창기 한국인과 서양인의 커뮤니케이션 형태는 몇 개의 대표적 언어를 이용해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전부였다. 자연히 복잡한 사전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요즘 한국 기업은 영어를 매개로 해외 판로를 직접 개척한다. 더욱이 수출주도형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 영어 실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려는 한국인의 수요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사전은 이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맛있다’는 무조건 ‘delicious’?
원어민은 잘 안 쓰는 과장된 표현 남발하는 한국인
단어간 의미 차이 정확하게 구별 안한 사전이 문제!

한영사전에서 ‘맛있다’는 형용사를 찾으면 대개 ‘delicious’ ‘flavorsome’ ‘tasty’ 같은 단어가 검색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 흔히 말하는 ‘맛있다’는 ‘tasty’로 번역돼야 한다. ‘delicious’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의 의미가 담겨 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모든 음식에 ‘delicious’란 형용사를 갖다 붙이는 한국인이 있다면 그 광경은 외국인의 눈에 시쳇말로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영어 표현에선 여간해서 ‘delicious’를 사용하지 않는다.(누군가가 정성 들여 준비한 식사 모임에 초대 받았을 때 초대해준 이에 대한 따뜻한 감사 인사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면 또 모르겠다.) 음식 맛이 좋다면 ‘tasty’를 활용하거나 ‘It tastes good’ 정도로 표현하는 게 적당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제껏 단 한번도 한국인이 그렇게 말하는 걸 듣지 못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영어 표현에서 단어 간 의미 차이에 무신경하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문제는 사전에 있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사전들은 각 단어의 의미 차이를 정확하게 차별화하지 못한다. 적절하지 않은 사전으로 공부하는 학습자는 엉뚱한 연장을 갖고 자동차를 고치려는 수리공과 다를 게 없다. 작업 도구 자체가 변변치 않은데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는가?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사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별 단어의 의미 파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용어의 세계에라도 진입할라치면 상황은 더욱 최악으로 흘러간다. 전자사전, 그리고 인터넷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사전의 관용어 데이터베이스는 하나같이 형편없고 양 자체도 충분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동사구(phrasal verbs)는 이상하게 번역되기 일쑤다. 영어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영어 학습의 기초단계를 이제 막 통과한 한국어 학습자에게 관용어나 숙어가 얼마나 큰 문제로 다가오는지! 어떤 학교도, 어떤 학원도 이 부분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잘 만들어진 사전마저 없다면 영어를 배우려는 한국인은 무엇에 희망을 걸어야 할까?


전자사전에서 발견한 또 다른 오역의 예

“Shall we ever meet again?”  우리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까?
이 문장은 “Will we ever meet again?”으로 바꿔 쓰는 게 더 자연스럽다. ‘shall’은 요즘 거의 쓰이지 않는다. 더욱이 최근 영어에선 과거 ‘shall’이 사용됐던 자리를 ‘will’이 대신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to visit a friend  친구를 방문하다
‘to see a friend’나 ‘to go out with a friend’가 원래 의미에 더 가까운 표현이다. 한국인은 동사 ‘visit’를 너무 자주 쓰는 경향이 있다. 영어권에서 친구를 ‘visit’한다고 말할 땐 십중팔구 입원한 친구를 병문안하는 경우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을 때 ‘visit’를 쓰는 것도 어색하다. 그럴 땐 “I went to the museum”과 같이 동사구 ‘go to’를 사용하면 된다.

somewhat  다소
일상어라고 하기엔 다소 고답적인 단어다. 같은 뜻을 나타내는 다른 단어, 이를테면 ‘quite’나 ‘a little bit’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한국 사전이 ‘somewhat’을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the dative case  여격(與格)
영어엔 명사 격(格)이 없다. ‘dative case’란 말은 라틴어나 독일어, 러시아어처럼 격이 있는 언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사전들은 ‘dative case’의 예로 “He gave the book to her(그가 그녀에게 책을 건넸다)”와 같은 문장을 들면서 대명사 ‘her’가 여격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문장에서 ‘her’는 ‘she’의 목적격으로 사용된 대명사일 뿐 여격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식의 설명은 자칫 한국인에게 ‘영어에도 명사 격이 있구나’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국 영어사전 오역의 예 ①
‘속임수’가 ‘have`-`on’?…‘trick’이나 ‘deception’이 맞는 표현
‘때마침’은 ‘timely’ 아닌 ‘at the right time’…사전엔 누락

설상가상으로 꽤 많은 사전들이 부정확한 표현과 콩글리시를 버젓이 싣고 있다. 어떤 사전은 속임(수)을 ‘have-on’으로 번역해놓기도 했다. ‘have-on’이란 단어가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그런 뜻인지 확신할 수 없다. 나는 ‘have-on’이 그런 용도로 쓰이는 걸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또 한국인이 왜 굳이 속임(수)을 표현하기 위해 ‘have-on’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추측컨대 이 표현은 ‘to have someone on(농담으로 ~를 속이다)’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속임(수)은 명사이므로 ‘have-on’은 적절하지 않다. 이 말은 ‘trick’이나 ‘deception’으로 번역돼야 한다.

한국에서 ‘때마침’으로 번역되는 ‘timely’는 또 어떤가. ‘timely=때마침’이란 등식은 별 3개 만점에 2개는 기본일 만큼 거의 모든 사전들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평생에 걸쳐 이 단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한영사전에서 ‘때마침’을 찾아보자. 아마 10개 내외의 단어와 표현이 검색될 것이다. 그러나 그중 어디에도 ‘at the right time’은 없다. 영어권 국가 사람들이 ‘때마침’이란 뜻으로 사용하는 바로 그 표현인데도 말이다. 심지어 어떤 사전엔 비슷한 맥락에서 자주 사용되는 ‘on time(정각에)’이나 ‘in time for(늦지 않도록)’에 대한 언급이 누락돼 있기도 하다.

또 다른 온라인 사전은 ‘거꾸로’의 영어 표현을 ‘bottom up’이라고만 해놓았다. 그런 식의 번역이 요행히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의 정확한 영역은 ‘from the bottom up’이다. ‘from’이나 ‘the’가 없인 완성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이와 별도로 영어엔 온전히 ‘거꾸로’란 뜻을 지닌 단어도 있다. 이를테면 ‘backwards’나 ‘back to front’ ‘upside down’ ‘the wrong way round’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사전 어디에도 이런 언급은 없다.


한국 영어사전 오역의 예 ②
“What a time you have been!”은 고전에나 나오는 표현
인종차별 오해 부를 ‘ape=흑인’ 등 사용해선 안될 말도 버젓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인터넷 포털 네이버 사전 서비스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관용어 검색 서비스는 상당한 손질이 필요하다. 일례로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What a time you have been(웬 시간이 그리 오래 걸렸느냐)!”과 같은 표현은 방금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서 길어올린 듯한 인상을 준다. 도대체 왜 한국인들은 “You’ve been a long time”이란 쉽고 간편한 문장을 두고 인터넷을 떠도는 어색한 표현만 머릿속에 집어넣으려는 걸까?

사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역의 예는 이밖에도 무궁무진하다. 대부분의 영한사전은 ‘ape’의 의미 중 하나로 ‘흑인’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negro’와 함께 흑인을 낮춰 부를 때 사용되는 미국식 속어일 뿐이다. 단순한 속어이기만 하면 그래도 다행인데 인종 차별주의자에 의해 사용되면 자칫 끔찍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negro’란 단어는 미국에 노예제도가 살아 있던 시절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 American)’ 대신 사용됐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ape’와 호환되진 않았다. 그러므로 한국인이 굳이 ‘ape’ 같은 단어의 존재를 자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반면 이들 사전 대부분은 정작 ‘ape’가 들어가는 대표적 관용어 ‘to ape someone’s behavior(누군가를 흉내 낸다)’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꼭 알아야 할 표현은 가르쳐주지 않고, 오해의 소지가 다분해 모르는 편이 더 나은 표현은 강조하는 게 한국의 영어사전인 것이다.

‘가리온’이란 단어가 있다. ‘몸은 희고 갈기가 검은 말’을 뜻하는 한국어다. 한 사전은 ‘가리온’에 대해 ‘a white horse with blacmane’이란 설명을 달아놓았다. 그 사전이 새로운 단어를 발견한 게 아니라면 ‘blacmane’은 ‘black mane(검은 갈기)’의 오기일 것이다. 아무리 한국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니라 해도 이는 명백한 실수이고, 다른 책도 아닌 사전에서 이런 실수가 나왔다는 건 용서 받을 수 없다. ‘사전에 나온 말이 틀릴 리는 없겠지’란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외국인과 의사소통할 때 가장 기본적인 자료로 활용되는 게 바로 사전이기 때문이다.


영어사전 편찬자에게 던지는 충고
한국어↔영어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어야 좋은 사전
‘역사 짧다’ 핑계 대지 말고 작품 만들 듯 완성도 높여야


구구절절 예를 들지 않더라도 한국인이 영어사전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는 대체로 높지 않다. 아무리 많은 단어를 담고 있다고 해도, 아무리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했다고 해도 정작 그들이 영어로 바꿔 말하고 싶은 한국어 표현을 콕 집어서 번역해주진 못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인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런 사전들은 영어를 한국어로 바꿔주는 데도 그리 신통치 못하다.

유럽 언어(이를테면 프랑스어나 독일어, 스페인어 등)와 영어는 한국어-영어보다 번역의 역사가 훨씬 오래됐다. 유럽에서 발간되는 영어사전의 질이 한국의 영어사전보다 우수하다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핑계 안에 안주해선 안 된다. 한국엔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본 자산이 여전히 부족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인은 외국어 사전 편찬에 좀 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전이야말로 한 나라와 다른 나라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다리가 좀 더 튼튼하고 안전하길 바란다면 사전 편찬자들은 ‘더 이상 좋은 작품을 만들 순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인은 여전히 책임지고 사전을 정확하게, 완성도 있게 만드는 일에 소홀하다.


한국인은 잘 모르지만 자주 사용되는 관용어 표현

형용사형

●left field(leftfield) 비범한, 남다른
- He is a leftfield thinker. 그는 생각이 남다른 데가 있다.

●off hand(offhand) 경솔한, 부주의한
- You made an offhand comment to her and now she’s upset.
  네가 경솔하게 말하는 바람에 그녀가 화났다.

●backbreaking 몹시 힘든, 고된
- Helping him move house was a backbreaking task.
  그를 도와 이사하는 건 몹시 힘든 일이었다.

명사형

●maneater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남자를 유혹, 금품 등을 빼앗는 여자.
                    일명 ‘꽃뱀’
- Watch out, she might be beautiful but she’s a maneater.
   그녀는 아름답지만 ‘꽃뱀’이니 조심해.

●going concern 주력 사업 부문
- Mobile phones are a going concern for LG.
 
휴대전화는 LG그룹의 주력 사업 부문이다.

●write-off 실패작
- My presentation was a total write-off yesterday.
어제 내 발표는 완전 실패작이었다.

동사형

●cut down on 줄이다, 절감하다
- I need to cut down on smoking. 담배를 줄일 필요가 있다.

●take on 고용하다
- The company I work for has taken on two new members of staff. 우리 회사는 직원 2명을 새로 고용했다.

●come across 우연히 발견하다
- I came across an interesting article in the newspaper.
  우연히 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 세계 최초의 대중 영어사전은 |

1755년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이 9년 걸쳐 혼자 작업

역사학자들은 인류 최초의 사전이 지금으로부터 최소한 4000년 전에 만들어졌을 거라고 추정한다. 그 근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오늘날의 시리아) 지역의 한 암석 위에 새겨진 기록이다. 이 기록은 수메르어와 아카드어 등 2개 언어로 구성돼 있으며, 수메르어를 아카드어로 번역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로부터 약 2000년 후인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 유럽에서도 최초의 사전이 등장했다. ‘De Significatu Verborum(‘단어의 의미에 관하여’란 뜻)’으로 불린 이 책은 로마인을 위한 罐뗀?사전으로, 인용이나 예시를 사용해 어려운 말을 쉽게 풀이하는 기법이 처음 도입됐다.

1755년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1709~1784)이 편찬한 영어사전 ‘A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는 최초의 영어사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널리 보급된 최초의 사전으로 기록돼 있다. 놀랍게도 존슨은 장장 9년에 걸쳐 이 사전을 혼자 힘으로 펴냈다. 최초의 전자사전은 1970년대 말 일본에서 탄생했지만 1990년대 들어서야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해 전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됐다.


/ 번역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팀 알퍼(Tim Alper) |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IT타임스(ittimes.co.kr) 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어학원 영어 강사 역임.


출처 : http://blog.daum.net/monterey/5633829

수학공식 외듯 문법만 '달달'
영어는 음악이다 리듬을 타라

언어를 배우는 가장 순수한 목적은 의사소통(communication)이다. 영어수업 시간에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영어를 잘하게 될 가능성 역시 희박해진다. 기본적인 문법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본 구조’에 한해서다. 대화에 능숙하지도 않으면서 세세한 문법 규칙에 매달리는 건 스키 장비 갖추는 법도 모르면서 아찔한 슬로프부터 오르려는 초보 스키어와 다를 게 없다.

▲ 일러스트 유재일
문법은 ‘기본’만 하라

주어·동사·목적어와 과거·현재형만 알아도 충분
영어 배우는 목적이 ‘말하기’라는 것을 명심해야

이때 영어의 기본 문법구조란 ‘주어+동사+목적어’의 문장 형식, 현재형과 현재진행형, 과거형과 현재완료형에 대한 실용적 지식 따위를 의미한다. 그 이상은 ‘기본’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영문법엔 ‘기본’만 갖곤 이해하기 힘든 수준 높은 지식이 너무 많다. 그러나 영어를 한창 배워가는 과정에 있는 학습자라면 깊고 넓은 영문법의 세계로 진입하거나 스스로의 실력을 평가하는 일은 미루면 미룰수록 좋다.

한국 영어교육의 이면엔 독특한 기질이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기질은 전적으로 잘못 형성된 것이다. 한국 영어교육은 학습자의 회화실력 향상에 조금도 이바지하지 않는다. ‘토익(TOEIC) 고득점 획득’ 같은 걸 논외로 한다면 숫제 ‘목적’이 없는 듯 보일 정도다. 화려한 토익 ‘스펙(specification)’을 훈장처럼 매달고도 간단한 영어 문장 하나 조합하지 못하는 이들로 가득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당초 그들이 영어공부를 통해 얻고자 했던 건 뭘까? 토익 고득점자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그들은 당연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야 영어를 잘 이해하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죠!” 그러나 ‘시험 통과’란 관문에 갇혀 몸부림치는 사이, 그들은 왜 영어를 공부하려 했는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른바 ‘언어능력시험’이란 건 사람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그것을 준비(prepare)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시험의 원래 목적은 잃어버리고 만다. 누가 얼마나 영어를 잘 말하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말을 걸어보는 것, 그리고 미처 준비할 틈을 주지 않고 질문을 던진 후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유학 못 간다고 영어 못하나

“회화 배울 여건 안 되니 문법이라도”는 잘못된 생각
 역할놀이·드라마 재연·영어연극… 방법은 무궁무진

언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해당 언어권 문화 속에 뛰어들어 그곳에서 접하는 단어나 문법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와 친척에게서 말을 배운 후 조금씩 생각을 발전시켜 해당 언어의 체계와 공식을 익혀나가는 과정과 흡사하다. 이 때문에 상당히 많은 한국인들이 ‘영어공부’를 이유로 외국행을 결심한다. 직접 떠나기도 하고 자녀들을 보내기도 한다. 아예 미국이나 영국에서의 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려는 대다수에게 이런 ‘사치스런 영어공부’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몸은 비록 대구나 목포쯤의 어느 작은 교실에 매여 있어도 실제 상황을 통한 문화체험을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환경을 핑계로 문법만 파고들어야 한다는 법 또한 없다. 초보자라면 역할놀이(role play)를 통해 몇 가지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보자. 제과점에서 빵을 사는 상황도 좋고 거리에서 길을 묻는 상황도 좋다.

한국의 인기 드라마를 영어로 재연(reenact)해 보는 건 어떨까. 영어 연극을 기획해 볼 수도 있고 요즘 한국에서 최고 ‘훈남’으로 떠오르고 있는 박태환이나 빅뱅에 관한 팬픽(팬픽션·fan fiction의 줄임말, 연예인 등 인기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써볼 수도 있겠다. 영어로 상대방과 의사소통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게 만드는 상황은 이 밖에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책·펜과 이별하라

프레젠테이션·영어토론·영어회의…
‘종이 없는 수업’ 위한 프로그램 만들길

한국에선 과연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대답은 당신이 짐작하고 있는 대로다. 학생들은 여전히 쥐 죽은 듯 조용한 교실에 앉아 문법책만 붙들고 있다. 따분하기 짝이 없고 별로 세련되게 구성되지도 않은 연습문제의 빈칸을 채우느라 시간을 흘려 보낸다.

만약 당신이 (어른들이 짜준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하는) 애가 아니라면 문법에 함몰되지 않고 스스로의 영어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독도 분쟁이나 베이징올림픽,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 관해 영어로 논지를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 음악이나 정치, 종교적 취향, 그 외에 당신을 행복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는 모든 것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일 수도 있다. ‘초보’ 단계를 벗어난 학생이라면 불시의 상황을 가정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영어회의를 기획, 실행해보며 실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은 어떤 상황에서도 실패할 리 없는 안전장치(failsafe)다. 때문에 영어를 배우려는 이들은 교재에 둘러싸여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영어뿐 아니라 모든 언어학습에 있어 책을 파고드는 것처럼 도움 안 되는 자세는 없다. 종이 없는 수업(paperless lesson)이 항상 최선이다. 생각해보라. 교실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 펜과 노트를 늘 지참할 필요가 있는가?

리듬을 타라

영어·한국어는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
리듬에 맞춰 억양·속도 기억하면 말하는 데 도움

영어를 배울 때 제일 중요한 건 머릿속에서 언어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춤추며 일정한 리듬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법공부를 아무리 많이 해도 리듬감을 익힐 순 없다. 여기서 말하는 리듬이란 은유(metaphor)가 아니라 말 그대로 리듬 그 자체다. 영어는 음악과 같이 몇 가지의 똑같은 패턴을 좇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장에서도 때론 억양이 올라가고 때론 내려간다. 어떤 부분에선 속도가 빨라졌다가 또 다른 부분에선 느려지기도 한다. 음악과 같은 이런 리듬을 따라해 보며 머릿속에 각인시켜놓으면 영어를 말하기 전 일련의 리듬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어와 한국어를 서로 다른 두 장르의 음악으로 이해해 보자. 이런 훈련은 분석에 적합한 오른쪽 뇌보다 창조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왼쪽 뇌 사용을 활성화시켜줄 것이다.

물론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수학적 뇌를 활용해 영어학습을 계속해온 이들은 이미 ‘내 것’인 안정적 문법세계를 쉽게 부정할 수 없다. 정 문법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지금 하던 대로의 학습을 계속하라. 그러나 이것 하나는 명심해야 한다. 어떤 교재도 당신에게 말하기 요령을 가르쳐주지 못한다. 그걸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입 밖으로 꺼내 말하는 것, 그리고 당신의 말을 듣고 반응해줄 상대방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를 공부한다(to study English)’란 표현도 위험하다. 언어는 학습 이나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오로지 말해지고(spoken) 행해지는(practiced) 것일 뿐이다.

영어에서 어휘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어휘 역시 의사소통에 바탕을 둔 기초 수준의 학습이 이뤄진 후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모르는 단어를 죽 늘어놓고 달달 외우는 게 아니라 독서와 청취, 그리고 회화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단어를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는 것처럼 아무 기준도 없이 제멋대로 단어를 골라 기계적으로 암기하려는 방식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 ‘시험 대비용’이란 핑계를 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외운 단어는 시험이 끝난 후면 대부분 기억 밖으로 빠져나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흔히 ‘언어 리듬에 대한 감각’은 언어기술 중에서도 과소평가되곤 하는 항목이다. 특히 대부분의 한국 영어교사들은 이를 깡그리 무시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부터가 언어 리듬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외국어로부터 ‘음악’을 듣지 못하면 아무리 영어를 말해도 소용없다. 상대방의 귀에 당신의 말은 영어가 아니라 ‘영어 단어를 사용한 한국어’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당신이 애써 조립해 말한 문장은 외국인에게 ‘도저히 이해 불가’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외국어를 배울 때 문법공부를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문법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익히는 과정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선후관계의 정비는 필요하다. 문법 교습은 영어 학습자가 영어로 자유롭게 일상 대화를 소화할 수 있게 된 후에 받게 해도 늦지 않다. 일단 ‘말’이 쉬워지면 이후 문제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고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도 한결 간결해진다. ‘회화 → 문법’의 순서를 뒤바꾸는 건 설계도도 없이 건물을 지으려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 아이 영어, 이렇게 가르치자

책은 절대 주지 말고 온 몸으로 영어 느낄 수 있게
해외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 ‘진짜 언어’와 만나도록

영어를 잘 듣고 말하기 위해 이렇게 해보자. 일단 원어민의 일상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라. 해외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은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런 다음,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의 문법적 지식을 참조하자. 추상적이고 혼란스럽기만 했던 문장구조와 형식 등이 훨씬 친근하게, 논리적으로 와 닿을 것이다. 영어학습의 피라미드를 쌓는다고 했을 때 문법은 꼭대기 부분에 위치해야 한다. 물론 영어 말하기가 제일 아래 주춧돌이 돼야 할 것이다. 기초를 탄탄히 해놓지 않고 꼭대기부터 넘봐선 안 된다. 그러다 자칫 건물 전체가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영어를 배우려는 어린이와 청소년 등 ‘젊은 학습자(young learner)’에 대한 자세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제일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책을 쥐어주지 않는 것이다. 교재는 물론, 표나 종이쪽지도 안 된다. 무엇을 외워야 한다거나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등의 강박관념을 주지 말고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하도록 하자. 인간의 뇌는 2~6세 때 언어를 익히는 데 최적화되도록 구성돼 있다. 이 연령대는 영어공부를 시작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금 늦어져도 상관없다. 단 ‘문법 없이 자연스럽게’란 원칙은 지속적으로 지켜야 한다.

이 시기엔 ‘영어로 누군가와 말이 통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우리 아이는 문법이 약한데 어떻게 남과 영어로 대화할 수 있겠어?’란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전혀 문제될 게 없고 설사 문제가 발견된다 해도 추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튼튼한 문법적 지식을 갖춘 아이와 문법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영어의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아이, 어느 쪽이 훗날 영어지도를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까? 두말할 필요 없이 후자 쪽이다.

어린이고 성인이고 할 것 없이 모두를 위해 문법책은 던져 버려라. 혹은 손 닿지 않는 선반 한 구석에 모셔놓아라. 만약 당신이 “우리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고 확신한다면 그 돈을 문법과 회화에 분산시키지 말고 회화에 ‘올인’해라. 단 의사소통에 초점을 두고 영어를 온몸으로 즐길 수 있게 해라. 그 다음 적정한 때가 오면 단계별로 약간씩의 문법적 지식을 가르쳐라. 아이들은 수년간 회화 중심 영어에 단련된 상태에서 ‘문법’이란 엔진을 달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단계별 문법 교육은 한국인이 원어민과 동일한 수준의 말하기 실력을 갖추기 위해 끝없이 이뤄져야 하는 ‘미세조정(fine-tuning)’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체계가 갖춰지기도 전 ‘미세조정’부터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사람들은 승용차 튜닝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영어교육에 있어선 종종 오류를 범한다. 자녀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우리 아이 영어 단어, 이렇게 가르쳐보자

노래나 반복된 문구 속에 새 단어 넣어 암송
짧고 간단한 것부터 시작, 점차 수준 높여라

외워야 할 단어를 단어장에 빽빽하게 적어놓고 밑줄 그어가며 외우는 건 경우에 따라 꽤 효과적이다. 몇 시간 후 혹은 내일 당장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이렇게 머릿속에 집어넣은 단어들은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연기처럼 기억에서 사라진다.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새로운 단어를 익히게 할 땐 노래나 반복된 문구 등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노래 한 곡에 새로운 단어가 몇 차례 반복해서 제시되면 더욱 도움이 된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새로운 노래에 삽입해 ‘재활용’하는 것도 좋다. 기억 속에 있는 단어를 더욱 강화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요일 수업에서 ‘apple’이란 단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단어를 포함해 아래와 같은 문구(chant)를 만들어볼 수 있다.

This is an apple
This is an apple
It tastes good
Do you want an apple?
It tastes really good

이튿날 당신이 가르쳐야 하는 단어가 ‘orange’로 바뀌었다고 하자. 다음과 같은 문구를 활용해 어제 배운 단어를 복습함과 동시에 새 단어를 익힐 수 있다.

I’ve got an orange
A tasty, tasty orange
I’ve got an orange
And I’ve got an apple, too

너무 단순해 심심해 보일 정도이지만 학습자가 어릴 경우, 이런 방식의 암기는 꽤 효과적이다. 학습자의 연령이 올라간다면 문구의 수준을 좀 더 높여 복잡하게 만들면 된다. 단, 노래 속에서 영어 표현을 익히게 할 목적이라면 이때 사용되는 영어는 생생하고 실용적이어야 한다. 매 단계에서 이 점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거듭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반복’과 ‘실용적 쓸모’는 단어장 위주 암기법에 비해 훨씬 더 오랫동안 단어를 기억할 수 있는 두 가지 키워드다. 노래나 반복되는 문구`-‘재즈 챈트(jazz chants)’로 불리기도 한다-는 실제로 많은 외국 영어학원에서 규칙적으로 활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스트레스가 적고 즐겁게 단어를 암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학습자에게도 널리 쓰이고 있다.

한국인은 모르지만 원어민은  다 쓰는 알짜배기 관용어

한국 학교나 학원에서도 종종 관용어(idioms)를 가르치곤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원어민 대부분이, 그것도 구어체 영어에서 버릇처럼 쓰곤 하는 관용어는 한국 영어 학습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인이 즐겨 쓰는 영어 관용어구 중 실제로 원어민의 사용 빈도가 높은 표현은 별로 없다. 한국인은 잘 모르지만 원어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관용어구 몇 개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 to get the wrong end of the stick
= to misunderstand 오해하다

예> He got the wrong end of the stick when I was trying to explain my idea to him and now he’s upset. 내 생각을 그에게 설명하려 했지만 그는 내 맘을 오해하곤 당황스러워 했다.

to let someone off the hook
= to forgive someone, to let them escape punishment
용서하다, 벌 주지 않다
예> The policeman let her off the hook after she was caught jaywalking. 그녀는 무단횡단하다가 적발됐지만 경찰관은 그녀를 처벌하지 않았다.

 to have a change of heart
= to change one’s opinion 생각을 바꾸다

예> I wanted to go to China on holiday, but I’ve had a change of heart and now I’d like to go to Japan instead. 휴가 때 중국에 가길 원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 중국 대신 일본에 가고 싶다.

■  to take something on board
= to consider something 고려하다

예> A:I’ve been feeling a bit tired recently, so I don’t want to give the presentation this morning. 요즘 좀 피곤해서 오늘 아침엔 발표를 하고 싶지 않네요.
B:I’ll take that on board and see if I can think of someone else who can do it instead. 당신 대신 발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생각 좀 해볼게요.

to mean business = to be serious 심각하다
예> Don’t make jokes around him, he means business. 농담하지 마, 그는 심각해.

to be on the warpath = to be angry 화나다
예> Watch out for the boss today, he’s on the warpath! 오늘 사장님을 조심해, 그는 지금 화가 나 있거든!

■ to be up in the air = to be uncertain 불명확하다
예> We are not sure if we will get that contract or not: it’s up in the air at the moment. 우리가 그 계약을 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요: 지금은 명확하지 않아요.


영어를 영어답게 배우기 위한 4가지 Tip

1 학원을 선택할 땐 교수법 꼼꼼하게 따져라.
성공적인 영어학원 선택 기준은 ‘어느 곳이 가장 의사소통적 접근(communicative approach)에 가까운 교수법을 채택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느 곳이 수강생에게 최소한의 교재 구입을 종용하는가’ 등 두 가지다. 만약 당신의 수강 목적이 그저 시험에 통과하는 것 정도라면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전통적 학원을 선택해도 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정말 영어를 잘 말하고 싶어 학원을 택하는 거라면 문법연습이나 쓰기 숙제 따위의 버팀목에 의지하지 않고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리큘럼을 갖춘 곳인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2 대충 뜻만 통해도 된다, 강박관념을 버려라.
외국어를 배운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여러 단어들을 기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해도 나쁠 건 없다. 그러나 머릿속이 온통 문법구조들로 꽉 들어차 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지에 먼저 주목하라. 수학공식처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지’ 하는 식에 맞추려 하다 보면 아무것도 못한다.

3 남의 핀잔에 흔들리지 마라.
당신의 낮은 문법 실력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눅들 필요 없다. ‘내 문법 실력은 왜 이 모양일까?’ 괜히 자책할 필요도 없다. 언어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건 딱 두 가지, 확신(confidence)과 어휘(vocabulary)뿐이다. 문법 같은 사소한 문제 때문에 절대 이 두 가지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

4 ‘공부’ 개념은 깡그리 잊어라.
언어는 귀로 켜는 악기 연주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 어설프게 강사 흉내를 내거나 기계적으로 암기한다고 해서 실력이 향상되는 건 절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영어를 직접 접해본 당신의 경험이다. 다른 사람이 영어에 대해 뭐라고 지껄이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 팀 알퍼(Tim Alper) 저널리스트 |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IT타임스(ittimes.co.kr) 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어학원 영어 강사 역임.

번역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학생은 입 다물고 강사만 떠들어대는 이상한 영어학원
▲ 일러스트 유재일
영어깨나 한다는 사람에게 “학원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하면 되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그거야 쉽지. ‘academy’나 ‘institute’라고 하면 되잖아.” 그러나 ‘학원=academy’ ‘학원=institute’와 같은 해석은 한국어를 영어에 기계적으로 끼워맞춘 것일 뿐 정확한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 영국, 캐나다를 비롯해 어떤 영어권 국가도 한국처럼 골목마다, 건물마다 ‘학원’이 즐비하진 않다. ‘Piano Academies(피아노학원)’나 ‘Cooking Institute(요리학원)’가 없는 건 물론, 16세 이후 어학원 같은 사설기관에서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생각은 영어를 사용하는 서양인에겐 끔찍한 일이다. 그들 대다수는 생각한다. ‘전세계가 영어 배우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우리가 굳이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느라 골머리를 앓아야 하지?’


한국 학원 vs 유럽 학원

한국선 말 없는 강사는 ‘무능한 강사’
유럽선 말만 많은 강사는 즉각 해고


그러나 한국은 ‘학원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별별 학원이 다 있다. 한국인들은 뭐든 (학원) 교실에만 앉아있으면 재미있게 잘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학원강사는 의사와 다름없는 존경을 받는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보수도 보장된다. 교실은 늘 강사 말이라면 뭐든 순응하는 학생, 배우려는 열망으로 가득한 열정적 학생들로 넘쳐난다. 강사가 20대 청년이든 50대 아저씨든 마찬가지다.

만약 누군가가 미국이나 영국 강사에게 한국 학원의 이런 현실을 귀띔해준다면 그들은 당장 하던 일을 접고 인천행 항공편을 예약할 것이다. 서양 강사들은 하나같이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수업에 무관심한 천방지축 학생들을 다루느라 수업시간이면 늘 녹초가 된다.

어학원(language schools)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도 있다. 사업상 기회를 잡기 위해, 즐거운 관광을 위해, 혹은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을 위해 누구나 영어를 배우고 싶어한다. 심지어 영어권 국가에도 어학원은 있다. 이곳에선 영어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영어권 국가에 떼지어 모여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모든 학원이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 면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 학원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수업을 이끌어가는 동력(dynamic)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서 드러난다. 유럽 강사들은 늘 ‘수업의 중심은 학생이 돼야 한다’고 교육 받는다. 이런 생각은 ‘의사소통적 접근(the communicative approach)’이라고 불리는 영어교수이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교실에서 강사의 역할은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사람(facilitator)이다. 자신의 말은 최소한으로 줄이되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이게 바로 ‘학생 중심 수업(student-centered lesson)’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말 아끼는 강사’는 인기가 없다. 한국 강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고 활달한 사람인가?’의 여부다.

한국 학원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철저한 ‘교사 중심 수업(teacher-centered lesson)’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원어민 강사는 수업 대부분을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겪은 우스운 얘기들을 늘어놓거나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 데 써버리는 부류다. 유럽에서 강사의 그런 수업 진행은 즉각적인 해고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말이다. 나는 영국과 스페인, 우크라이나, 한국 등 도합 4개 나라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봤다. 다른 나라들은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은 비정상적인 교수 방식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많았다.


각국의 강의실 풍경

스페인 - 느리지만 원하는 것 표현, 실수 두려워 안 해
우크라이나 - 요구 많고 시끌벅적, 수업은 활기 넘쳐


영국 어학원의 교실 풍경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모든 학급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닌 다양한 국가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다. 미국이나 뉴질랜드, 호주 같은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곳에서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강의’란 거의 불가능하다. 간단한 문법 하나를 설명하려 해도 그리스 학생은 이해하지만 중국 학생은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연출된다. 이런 환경은 때로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공용어인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생들은 아무리 불편해도 수업시간에 모국어를 영어로 변환해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다른 학생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불편한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그 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뇌는 활성화된다. 자연히 언어학습도 활기를 띤다.

스페인 사람들은 모든 게 느리다. 수업에 지각하는 건 예사고 과제 제출도 늘 마감시한을 넘기기 일쑤다. 심지어 그들 대부분은 영어를 배워야 할 적정 시기조차 놓치곤 한다. 역설적인 건 영어학습에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스페인의 민족성이 오히려 수업 환경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스, 시험, 꼭두새벽부터 시작하는 수업, 사회적 강박, 강사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교실에서의 침묵. 한국 학원엔 꼭 있는 이런 것들이 스페인엔 없다. 그 때문에 스페인 학생들은 수업 중 자신이 원하는 걸 오히려 정확하게 표현한다. 물론 그때 사용되는 영어는 실수투성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생각한 걸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기회이고, 그 결과 실력은 조금씩 나아진다. 한 치 실수를 두려워해 수업 중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한국 학생들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강사 경험은 굉장히 고달팠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사람들은 조바심이 많고 때론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학생들은 강사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종종 무례하기까지 하다. “스승을 공경하자”는 유교적 외침 따위는 물론 통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내가 본 것이라곤 엄청난 소란과 강사를 향한 끝없는 요구사항뿐이었다. 그러나 시끌벅적한 이스탄불 야시장을 연상시키는 학생들의 소란과 요구사항이 가끔은 가장 효과적인 외국어 학습법이 돼주기도 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고함치듯 쏟아내는 영어가 쥐 죽은 듯 고요한 한국 학원의 교실보다는 수업 분위기에 훨씬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한국의 강의실 풍경

대부분 훈련 안된 강사들… 잡담 너무 많아
학생들은 ‘물개쇼 보듯’ 종일 강사만 쳐다봐


한국의 학원 문화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여러 모로 확연히 다르다. 교실은 ‘여기가 도서관인가’ 싶을 만큼 조용하다. 한국 학원에 근무하며 나는 종종 학생들이 신나서 말을 꺼낼 수 있는 화제를 찾느라 수업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수업에서 이뤄지는 모든 내용은 100% 내가 미리 준비해온 것이었다. 학생들은 수업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내 눈만 응시했다. 마치 동물원의 물개쇼를 바라보듯이.

어학 수업에 임하는 유럽인은 타인의 시선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시끄러운 폭도와 같다. 반면 한국인은 그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공부에 열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유럽인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자신감있게 영어를 말하지만 정돈된 걸 좋아하고 책만 파고드는 한국인은 (말하기보다는) 문법 체계를 이해하고 텍스트를 읽는 활동에 훨씬 능숙하다.

▲ 한 영어학원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들이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한국 학원도 나름대로 학생을 잘 가르치려고 애쓴다. 그러나 거리마다 영어학원이 즐비한 나라치고 한국은 들이는 노력에 비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인재가 의외로 적다. 이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우선 학원 시스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 학원은 반 편성이나 수업 구성 등 모든 면에 있어 기계적으로 정해진 공식에 따라 운영된다. 그들이 ‘선생’이라며 뽑는 원어민의 대부분은 ‘선생’이 되기 위한 훈련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학생 앞에 서본 경험 역시 전무한 경우가 많다. 유럽 학원이 외국어 강사를 선발할 때 교사 자격증과 수업 경험 유무를 꼼꼼히 따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을 채용한 후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학원은 외국인 강사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묘안을 갖고 있지 못하며 일단 뽑은 후 그냥 방치한다. 자연히 이들은 교육자라기보다는 (학생들 앞에서 웃고 떠드는) 엔터테이너에 가깝다. 자격 미달의 외국인을 뽑아 ‘강사’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는 것, 기초 언어학이나 문화적 지식도 가르치지 않은 채 이들을 수업 현장에 투입하는 것, 말하기 교육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문법적 지식에 몰입된 수업을 강행하는 것 등은 강사 자신의 문제라기보다는 학원 업자의 문제다. 학원 업자들 역시 여윳돈을 학원 ‘사업’에 투자했을 따름이다. 당연히 영어교육에 대한 대단한 사명감이나 학식을 갖췄을 리 없다. 그러나 ‘몰라서 못한 것일 뿐’이라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교육사업은 다른 사업과 달리 철학과 소신이 뒷받침돼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학원의 문제점

학생에게 진짜 필요한 공부보다 수익이 우선
비용 덜 드는 문법 위주로 수강 권유하기도


한국 학원은 학생들이 원하는 게 정확하게 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영어로 스스럼없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원이 수강생을 향해 영문법 교재를 들이민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창한 영어 의사소통의 비법은 책에 있지 않다. 더 잘 말하려면 더 많이 말하는 게 최선이다. 소란스러운 유럽 학원은 언뜻 정도를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은 수강생에게 교실에서 한마디라도 더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 학원보다 훨씬 낫다.

유럽 학원도 시스템이 엉망이긴 마찬가지다. 수업은 시끄럽고 무질서하며 혼란스러워 영작문 수업은 늘 한바탕 난리법석으로 끝나는 게 예사다. 유럽 학생들의 영문법 수준은 한국인에 비하면 형편없어서 겨우 한 단락을 완성할 수 있을 정도다. 학원은 이런 약점을 수강생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된다는 점이 강조되지만 문법적 지식 부족으로 겪을 수 있는 문제는 슬그머니 감춘다. 반면, 많은 한국 학원은 유럽 학원들과 정반대의 실수를 저지른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겹도록 배운 영문법 때문에 골치가 아픈 학생들을 상대로 여전히 문법에 기초한 교육 과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가장 힘들어하는 영어 문제는 ‘문법적 지식 획득’이 아니라 ‘유창한 의사소통’이라는 걸 학원업자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학원 역시 사업이다. 따라서 그들의 최대 목적은 손익분기점을 넘겨 이익을 얻는 것이다. 학원업자들은 ‘필요한 걸 얻은 고객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영어를 더 잘 말하고 싶은 유럽 학생들은 말하기 위주 수업 때문에 추후 문법 공부를 따로 해야 하더라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말하기 실력이 향상되는 수업을 요구한다. 그 때문에 강사들이 문법에 치중한 수업으로 일관하면 그들은 당장 불만을 표출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회화 공부를 하러 학원을 찾은 학생도 “문법 실력을 더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 이내 학원 측 의견에 수긍한다. “네, 그렇군요. 맞아요. 정말 문법 실력을 더 갈고닦아야겠어요. 지금 당장 문법 향상 1개월 완성 코스 수강신청서를 작성할게요!”


깐깐한 소비자가 학원 문화 바꾼다

 원하는 것 얻지 못하면 계속 따지고 요구해야
‘말하기’에 집중해 제발 목소리 좀 높여라


‘공부’에 대한 한국인의 강박관념은 책과 종이에 이르면 보다 명확해진다. 한국 학생들은 다른 수강생 앞에 서서 역할놀이를 통해 끊임없이 뭔가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보다 교재 속 ‘문법 연습’의 빈칸을 채우며 훨씬 편안함을 느낀다. ‘(사막에 사는) 아랍인에게 모래를 쥐어주고 (차를 물처럼 마시는) 중국인에게 차(茶)를 건넨다’는 말이 있다. 정작 필요한 건 모른 체하고 엉뚱한 걸 줄 때 쓰는 관용어다. 학원들은 한국이든 유럽이든 마찬가지다. 둘 다 수강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 취약한 것을 솔직하게 얘기해주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사는 ‘수강생’의 요구가 아니라 ‘고객’의 안락이다. 아니, 고객의 안락을 충족시킴으로써 얻는 수익이라는 편이 더 맞겠다. 재정적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수강생이 필요로 하는 걸 충족시켜줄 만한 용감한 학원은 흔치 않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게 뭐 어때요. 수업일 뿐이잖아요.” “금쪽 같은 시간과 돈을 따분한 작문 연습에 쏟아 붓고 싶지 않아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수업은 없나요?” 한국 학생은 지금이라도 당장 학원 측에 이런 불만을 토로해야 한다. 당신이 다니고 있는 학원 교실이 독서실 같다면 더더욱 목소리를 높여라. 한국인이 영어 말하기에 서툴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영어학원은 말하기, 말하기, 또 말하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국뿐 아니라 비영어권 국가들 모두가 영어 학원을 짓고 운영하는 데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어학원이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강생 역시 학원으로부터 원하는 걸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유럽 학생들은 영어를 꽤 유창하게 말하지만 작문 실력은 형편없다. 따라서 그들에게 필요한 건 말하기보다 작문과 문법 수업이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첫째도, 둘째도 말하기다. 지금 당장 교과서와 종이 조각들을 창밖으로 던져버리자. 그리고 모두가 참여한 상태에서 말하기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수업 개설을 학원 측에 요구하자. 강사는 단지 이 모든 상황을 관찰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한국 땅에서 학원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말 괜찮은 학원을 찾기란 무척 어렵다. 이때 괜찮은 학원이란 수강생의 실질적 요구를 이해하고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특히 취약 부분에 대한 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학원을 말한다. 만약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키는 학원이 있다면 그럭저럭 선택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까지 최고의 학원은 구경도 못한 채 고만고만한 학원에 만족하며 지갑을 열어야 하는 걸까? 문제의 해법은 바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
‘영어 말하기의 달인’ 되는 비결 3

1 ‘빨리빨리’가 능사 아니다, 발음은 느려도 정확하게

한국인은 영어로 대화할 때 상대방의 속도가 빠르면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늘 그런 건 아니다. 몇몇 한국인은 각각의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않고 빨리 말하는 데만 열을 올린다. 자신의 발음이 전형적인 미국 영어 방식인 줄 아는 이도 많다. 그러나 원어민의 귀엔 한국식 발음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빠르게’가 아닌 ‘정확하게’ 발음하는 문제가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영어 발음이 원어민처럼 정확하지 않은 한국인이 외국인과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입을 최대한 벌리고 각 음절을 정확하게 끊어 발음해야 한다. 한국인은 ‘Saturday(토요일)’를 대개 ‘Shar-day’라고 발음한다. 이 단어의 정확한 발음은 ‘Sa-tur-day’(영국식 영어) 혹은 ‘Sa-duh-day’(미국식 영어)다. 어느 쪽으로 발음하든 ‘saturday’는 세 음절 단어다. 무리해 둘로 끊어 발음하면 당신의 말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느리고 정확하게 말하는 건 절대 흠이 아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당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2 아는 단어 많다고 과시 말라, 일상 대화는 쉽게


‘~ate’나 ‘~ion’, ‘~ent’ 등과 같은 어미를 사용하는 긴 단어들은 대부분 라틴어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런 단어는 논문이나 학술 서적에선 자주 사용될지 몰라도 일상생활에선 별로 쓰이지 않는다. 영어회화를 공부할 땐 의식적으로 앵글로색슨 계통의 짧은 단어를 사용해라.

‘~ing’나 ‘~en’으로 끝나는 단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풍부한 어휘력을 자랑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려도 눈 질끈 감고 참아라. 당신이 현학적인 단어를 섞어 상대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분위기는 굉장히 어색해질 것이다.

좀 더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다면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 수를 늘리되 각 단어는 짧고 쉬운 걸로 선택하는 연습을 해보자. 쉽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할수록 상대방의 이해수준은 높아진다. 이를테면 “담배 좀 꺼주세요”란 문장을 영어로 말한다고 했을 때 “Please extinguish your cigarette”보다 “Please put out your cigarette”이 훨씬 자연스럽다.


3 억양이 영어의 절반, 명사보다 동사에 액센트를

영어 공부할 때 억양(intonation)을 무시하는 한국인이 많은데 이는 중대한 실수다. 영어 문장을 말하면서 한국식 억양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애써 말한 내용이 상대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What are you doing now(지금 뭐 하십니까)?”란 문장을 살펴보자. 많은 한국인이 습관처럼 문장 첫머리에 오는 단어 ‘What’에 강세를 둔다. 그러나 이는 한국어로 ‘뭐’를 강조해 말하는 것과 같다. 이 문장의 올바른 영어 강세는 ‘doing’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영어는 동사 중심 언어이므로 명사보다 동사에 강세가 더 많이 주어진다. 명사 중심의 언어인 한국어와는 정반대 체계를 갖고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어학연수 갔을 때 영어학원 선택 기준 3

늘 제자리걸음인 영어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해외 어학연수를 결심한 당신, 제일 중요한 건 적당한 어학원을 고르는 일일 것이다. 아무리 심사숙고해서 학원을 골라도 그 학원이 좋은 곳인지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학원의 품질은 대개 강사와 학생 수준에 좌우된다. 그러나 낯설고 물 선 곳에서 훌륭한 강사와 수준 높은 학생을 만날 확률은 그저 운일 뿐이다. 수강료가 비싼 학원은 잘 가르치는 학원이기보다는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 위치한 학원일 경우가 많다. 여기, 영어학원 선택에 막막해 하는 학습자를 위한 몇 가지 요령을 소개한다.

1 공인기관 인증을 받은 곳인지 확인하라
유럽의 경우 많은 학원들이 간판만 학원일 뿐 사실상 ‘비자 공장(visa factories)’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매우 저렴한 수업을 제안하지만 실제로 그곳에 수강생이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부 외국인은 이런 ‘유령 학원’에 등록해 수강생 신분을 유지하는 한편, 불법 노동자로 취업해 돈을 벌기도 한다. 영국의 경우, 영국 의회가 중심이 돼 학원들의 불법 행태를 단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어학원에 등록하기 전 해당 국가 대사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승인을 받은 곳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2 강사진 프로필을 꼼꼼히 살펴라
수준 높은 어학원은 최소한 2년 이상의 교사 경력과 공인 교사 자격증을 확보한 강사만 정식 직원으로 채용한다. 물론 경험이 많은 교사가 항상 훌륭한 교사라고 할 순 없지만 학원 시스템을 잘 알고 오래 적응해온 교사는 그렇지 않은 교사보다 영어 자체는 물론, 학습자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훨씬 많은 걸 알고 있다.

3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곳은 피하라
한국인 수강생이 많은 학원에서 제대로 된 영어공부를 할 기회는 많지 않다. 수강생 중 한국인 비율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아예 없으면 더욱 좋다. 단, 교실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외국인과 부딪칠 각오가 돼 있다면 말이다.


/ 팀 알퍼(Tim Alper) 저널리스트 |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IT타임스(ittimes.co.kr) 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어학원 영어 강사 역임.

번역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비싸야 잘 가르친다?
돈 안 들이고도 영어 잘할 수 있다

▲ 일러스트 유재일
요즘 한국 사회를 보고 있으면 폭풍전야의 긴박한 기운이 감지된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독도 논란….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미국 경제 쇠퇴에 따른 세계적 불황이 한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말 이른바 ‘IMF 위기’를 겪은 후 10여년간 한국 경제는 상당히 평탄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 덕분에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불황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전무하다. 경제전문가 집단이 쏟아내고 있는 암담한 예언이 맞아떨어진다면 젊은이들은 얼마 못 가 자신의 아이디어 빈곤을 깨닫고 좌절하게 될 것이다.

가계 사정이 빠듯할수록 대부분의 가정은 지출 규모를 다시 산정한다. 갑작스레 여윳돈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게 일반적인 가계 사정이기 때문이다. 긴축재정에 돌입하면 부모는 주말 놀이공원 나들이를 줄이는 건 물론, 맘먹고 장만하려던 컴퓨터 구입 시기도 늦춘다. 경우에 따라선 무리해서 보내던 자녀의 값비싼 어학원을 끊을 수도 있다. 재정적 곤궁기에 사람들이 지출 규모를 줄여나갈수록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일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요즘 한국인에게 영어로 말하는 건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 능력은 단순히 외국여행 갔을 때 길을 묻기 위해 필요한 게 아니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영어로 말을 주고받을 수 없다면 세계 어느 나라와도 원활하게 일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어떻게 하면 영어학습 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불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영어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영어학습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정답은 한마디로 ‘쉽지 않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몇 가지 간단한 원칙만 잘 따르면 별로 돈 들이지 않고도 ‘영어 마스터’에 성공할 수 있다.
 

학원을 믿지 마라
비싸다고 좋은 학원 아니다, 내 목적에 맞아야
강사가 알아서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 버려라


‘알뜰한 영어 학습’을 결심한 당신이 가장 먼저 수첩에 기입할 건 “오로지 내 자신만이 나(혹은 내 자녀)의 영어 실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책임진다”는 주문이다. 한국에선 너무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본격적인 영어학습에 앞서 학원을 맹목적으로 신뢰할 채비부터 한다. 꼭 학원에 다녀야겠다면 그 학원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비싼 학원이 꼭 좋은 학원은 아니다. 당신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곳인지, 당신이 지불하는 돈에 걸맞은 가치를 제공하는 곳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은 학원에 도착하면 강사가 나눠주는 몇 개의 자료를 읽은 후 생각한다. “오케이, 다 이해되네 뭐.” 그들 중 대부분은 적지 않은 돈을 매달 꼬박꼬박 학원에 건네면서 말한다. “좋아요. 이대로 계속 제게 영어를 가르쳐주세요!” 이런 행동은 자기통제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원 강사가 과연 영어에 관한 당신의 문제, 이를테면 어떤 점에 강하고 어떤 점에 약한지, 당신이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가 무엇인지 따위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을까? 적지 않은 영어 학습자가 ‘모르긴 해도 날 가르치는 강사는 분명히 나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학원 강사의 80~90%는 수업 중 당신에게 어떤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 그저 미리 짜놓은 수업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진도를 맞출 뿐이다. 원어민 강사라고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 문화나 영어에 대한 언어학적 지식 없이 입국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원어민 강사가 자신의 취약점을 귀신같이 찾아내 기적처럼 실력을 향상시켜줄 거라고 기대한다면 틀림없이 실망하게 될 것이다.

강사들은 대개 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게 마련이다. 학급 규모는 개별 지도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대한 경우가 태반이다. 스태프들 역시 수강료 챙기기만 급급할 뿐 수강생 개개인의 요구사항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학원’이란 사업체가 유연하게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학원 측에 불만을 제기하면 학급이나 강사는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 배정된 강사는 당신이 애타게 찾는 ‘기적의 영어 학습법’을 제안해줄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영어학습에 대한 ‘책임감’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다. 학원을 고를 땐 지금보다 훨씬 까다롭게 굴 필요가 있다. 학원 수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정확하게 뭔가? 그걸 얻기 위해선 어떤 학습방식이 가장 효과적인가? 무턱대고 학원행을 택하기 전 어휘나 문법, 유창한 회화 실력을 갖추기 위해 당신 스스로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내 공부는 내가 하는 것
취약점을 파악해야 해결책도 보인다
강사에게 뭘 배우고 싶은지 분명하게 말하라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어요”란 말은 목표(goal)가 아니다. 단지 꿈(dream)일 뿐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50개씩 사용빈도가 높은 단어를 골라 암기할 거야” 정도는 돼야 목표라고 불릴 만하다. “문법 실력을 좀 늘려야 하는데…” 하는 식의 넋두리도 마찬가지다. “이번 기회에 전치사 사용법을 확실히 익혀야지!”와 같이 분명한 학습 대상을 정해야 목표가 된다. 자신의 취약점을 분명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각각의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도 보인다.

새로운 학원에 등록했다면 첫째 날 강사에게 “가정법 구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으면 한다”와 같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말해라. 그렇다 해도 수강생이 많은 대형 교실이라면 수업의 절반 이상은 엉뚱한 내용을 익히느라 자신의 취약 부분을 제대로 보강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일정 시간은 ‘정말 배우고 싶은 내용’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공부한 30분은 혼자 집에서 문법책과 씨름하는 4시간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다시 한번 명심하자. ‘일반적인 회화 공부’나 ‘유창한 영어 실력’ 같은 말은 절대로 구체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 더욱이 영어회화 학원을 수강하려는 이라면 더더욱 자신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구체화해 선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영어회화를 공부하려고’가 아니라 ‘○○에 필요한 영어회화를 공부하려고’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단어 암기법을 알려주고 문법도 가르치면서 옆 사람에게 영어 농담 건네는 법까지 일러주는 학원은 없다. 돈을 쓸 땐 최대한 이것저것 따져보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교사나 학원 강사가 당신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건 착각이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것이 정말 당신을 위한 최선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최선을 알고 있는 건 오로지 한 명, 당신 자신뿐이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라
무리한 도전은 실패 지름길, 당장 가능한 것부터
복습 없이 수업만 듣고 효과 보려 한다면 ‘도둑놈’


삶의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일에 100%를 쏟아 붓지 못하면 성과 역시 불만족스럽게 마련이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그걸 이루기 위한 노력도 제대로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과는 보나마나 실패다.

너무 많은 학원들이 아침 이른 시각부터 밤늦게까지 초만원 사례를 이룬다. 수강생은 대개 출근(등교) 전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필사적으로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직장인(학생)들이다. 그러나 이들 중 줄잡아 절반은 졸려서, 너무 피곤해서 눈조차 제대로 못 뜬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건 물론, 시간이 없어 과제를 완벽하게 해오는 수강생은 손에 꼽을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왜 이들은 영어 공부에 목숨을 걸까?

영어학원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의 ‘영어 배우는 목적’은 하나같이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혹사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인은 천성적으로 열심히 일한다. 밤늦은 시간까지 직장에 남아 야근도 불사하기가 예사다. 그러면서도 ‘단지 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이튿날 새벽 5시면 일어나 집을 나선다. 이런 강행군이 계속되면 일도, 공부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뇌 의학에 따르면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뇌는 다소 피로를 느껴도 제 몫을 수행하지만 언어와 감성을 담당하는 뇌는 피곤할수록 그 기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영어학원에서 내주는 과제는 그때그때 끝내는 게 좋다. 수업 중에도 산만하게 굴지 말고 100%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앉아 있기만 하면 스펀지가 물을 먹듯 영어실력이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 경험이 있는가? 앞으로 그런 일이 또 생기면 미련 없이 짐을 싸 집으로 가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 영어 시간에 주어지는 과제는 대개 그날 배운 지식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과제를 하는 과정에서 수업 시간에 익힌 정보가 뇌 속에 공고하게 입력되는 것이다. 과제 없이 수업만 듣는 생활이 반복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式) 학습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학원에 가지 않고 독학으로 영어를 마스터하겠다고 결심했을 경우에도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라’는 충고는 달라지지 않는다. 작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어려운 영어소설을 골라 매일 한 장(chapter)씩 독파하겠다”는 목표는 비현실적이다. 그보다는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는 쉬운 영어소설을 한 권 사서 매일 세 단락(paragraphs)씩 읽어야지”와 같은 목표를 세우는 게 좋다. 무리한 도전,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은 누구에게도 혜택을 주지 않는다.
 


교재 선택은 깐깐하게
‘전문가’ 타이틀이나 학원 강매에 휘둘리지 마라
 영어·교수법에 해박하고 경험 많은 저자 택해야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한국인은 몇 안 되는 교재로 영어를 공부해왔다. 책이나 잡지, 영자신문 등 구할 수 있는 자료의 선택권도 많지 않았다. 이젠 다르다. 요즘 한국 서점가는 엄청나게 다양한 필자들이 쓴 영어 교재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소위 ‘전문가’의 손을 거쳤다는 이 교재의 상당수는 단순할지언정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대형 학원이 펴냈다는 교재도 종종 철자나 문법상의 실수가 드러난다. 수업용으로 쓰기엔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영국 속담 중 ‘바보와 돈은 금방 멀어진다(A fool and his money are soon parted)’는 말이 있다. 속속들이 잘 살펴보지도 않고 돈을 들여 영어교재를 구입한다면 훗날 그 책이 당신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 해도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 한국에서 ‘깊은 영어적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 썼다는 교재 중엔 단지 몇 년 간의 현지 경험에만 의존해 덜컥 출간된 책이 의외로 많다.

저마다 ‘내가 전문가’라고 외치는 필자들 사이에서 정말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저자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가급적 영어와 교수법에 두루 해박한 사람이 좋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해낸 책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요즘 나오는 교재 대부분은 CD나 다운로드 가능한 오디오 파일 등 시청각 콘텐츠를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습용 교재를 살 요량이라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연습문제나 각 항목에 대한 설명이 이해하기 쉬운지 살펴야 한다. ‘이 정도면 되겠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절대 지갑을 열어선 안 된다. 학원은 수강생에게 으레 자신들이 만든 책을 사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누가 쓴 책인지, 내 학습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절한 구성을 갖추고 있는지, 책을 미리 써본 다른 학습자의 평판은 어떤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이 모든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했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학원이 강매하는 교재를 구입하고 그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 과감하게 더 나은 다른 학원을 알아보는 편이 현명하다.
 

‘자료의 보고’인터넷
신문기사ㆍ오디오파일ㆍ동영상 강의·메신저…
돈 안 들이고 ‘나만의 학습자료’를 만들어라


언어 학습자에게 웹 공간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자원이다. 인터넷 사용료나 전기료만 감수한다면 완벽하게 공짜로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읽기 자료, 오디오 파일, 비디오 클립 등 수록된 자료의 종류도 방대하기 때문이다. 인터넷만 잘 활용해도 강사의 도움 없이 입맛에 맞게 학습계획을 짜고 영어를 공부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와 관련된 텍스트를 웹에서 검색해 학습 자료로 쓸 수도 있다. 야구나 바느질, 정원 손질, 연날리기 등 어떤 분야든 인터넷엔 각각을 주제로 한 ‘아주 잘 쓰여진 영어 텍스트’가 지겨울 정도로 널려 있다.

더욱이 세계적인 영자신문과 잡지들은 시시각각 쏟아지는 뉴스기사 전문을 무료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조선닷컴(chosun.com)도 영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 집단에 의해 정련된 고급 자료를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기사를 다 다룰 필요는 없다. 눈길을 끄는 것, 평소 관심 있었던 주제부터 시작하면 된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나 광우병 쇠고기 파동 등 한국인의 눈길을 끄는 기사부터 찾아 읽는 건 어떨까? 동영상 강의나 TV 프로그램 등과 같은 시청각 자료도 열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다. 물론 무료로!

인터넷 사용이 좀 더 자유롭다면 다양한 미디어 자료를 편집해 ‘나만의 학습 자료’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다양한 채널을 갖춘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나 각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오디오 파일 역시 꽤 훌륭한 학습 자료가 된다. BBC 라디오(bbc.co.uk/radio) 등 일부 사이트는 학습자가 MP3플레이어 등에 파일을 내려 받은 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때 ‘영어도 공부하고 외국 친구도 사귄다’는 명목으로 국제 펜팔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국제우편으로 편지를 띄운 후 긴 시간을 지루하게 기다려 겨우 답장을 받곤 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무료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세계 각국의 영어 학습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스카이프(www.skype.co.kr)나 비트와이즈IM(www.bitwiseim.com), 사이트스피드(www. sightspeed.com) 등의 화상통신 사이트, 구글토크(www.google. com/talk)나 MSN 메신저(windowslive.msn.co.kr/wlm/messenger) 등의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하면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사람과도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선 온라인상에서 특정 주제를 놓고 영어로 토론하는 스터디그룹을 만들 수도 있다. 영어공부를 할 때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해라. 인터넷은 옛날 학습자들은 누릴 수 없었던 사치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스승이기도 하다.
 

영어는 학습자가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그에 책임지기만 한다면 전혀 돈이 많이 드는 학문이 아니다. 다만 돈을 아끼려면 교재에서부터 학원, 학습법 선택에 이르기까지 매사 신경질적일 만큼 까다로워져야 한다. 금쪽 같은 당신의 돈과 시간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해 차근차근 달성해나가는 게 그 다음 단계다. 이 공식만 잘 지킨다면 아무리 경제난이 덮쳐와도 실속 있게 ‘영어 잘하게 되는 그날’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하는 영어공부 5 단계

1단계  주제를 정하라.
당신의 흥미를 끄는 동시에 뉴스적 가치가 충분한 주제를 하나 고른다. 최근 이슈가 된 한국과 일본 간 독도 분쟁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2단계  주제 관련 자료를 최대한 많이 찾아 읽어라.
1단계에서 고른 주제와 관련된 서로 다른 자료들을 검색한다. 같은 독도 분쟁을 다루더라도 AFP통신 기사와 로이터통신 기사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아시아 지역 소식을 주로 취급하는 뉴스 사이트에 접속해 ‘독도’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간단한 방송용 뉴스 원고도 한두 개 찾아 읽어보자. 주제를 연상시키는 대표적 단어 - 독도 문제의 경우 ‘영토(territory)나 ‘분쟁(dispute)등 - 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3단계  ‘읽는’ 뉴스에 만족 말고 ‘듣는’ 뉴스에 도전하라.
1단계와 2단계에서 접한 주제를 오디오 파일이나 비디오 클립으로도 찾아 들어보자. 해외 언론사 홈페이지나 해당 분야와 관련된 전문 사이트, 유튜브(youtube.com) 같은 인기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용자 제작 콘텐츠)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자료들을 참조하면 된다. 듣기 과정은 2단계에서 익힌 어휘나 표현을 강화해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4단계  읽고 들은 것을 토대로 대화에 나서라.
이제 당신이 배운 내용을 실습해볼 차례다. 한국에서 독도 분쟁과 관련, 할 말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어로는 물론이고 영어로 이 문제를 놓고 토론할 사람을 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대화 과정에선 1~3단계에서 접한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떠올려가며 사용한다. 얼굴 맞대고 이야기 나눌 상대가 마땅치 않다면 인터넷을 활용해도 좋다. 마음 맞는 친구에게 온라인 영어토론을 제안한 후 각자 준비를 거쳐 메신저 공간에서 만나면 된다.

5단계  공부한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짧은 글로 작성하라.
한 주제를 놓고 4단계까지 학습을 마쳤다면 이제 당신은 해당 분야에 관한 한 어느 정도 지식을 갖췄다고 할 만하다. 이번엔 몇 개 단락으로 구성된 영어 에세이를 작성해본다. 현 상황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앞으로의 전망 등이 주요 내용이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당신은 4단계까지 배우고 익힌 표현들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완성된 글을 점검해줄 사람이 없다 해도 글쓰기 과정은 그 자체로 많은 도움이 된다. 이전 단계에서 공부했던 문법이나 표현 등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시험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도’란 주제로 5단계까지 학습을 마쳤다면 이제 ‘독도’ 대신 ‘패션’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넣어 같은 단계를 반복해보자. 당신의 흥미를 끄는 것이라면 어떤 주제든 상관없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걸 이해할 수 있는 영어 학습 자료는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까.
 

나홀로 영어공부 꼭 해야 할 것

파트너 구하기 아무리 혼자 공부하더라도 학습 결과를 서로 점검해줄 상대방의 존재는 무척 중요하다.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학문이고 의사소통은 곧 말하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로의 진행 상황을 챙겨줄 수 있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활용하는 게 좋다.

규칙적 공부 영어공부도 헬스클럽에 다니듯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게 효과적이다. 무리한 운동을 갑작스레 했을 때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처럼 영어 역시 그렇다. 인간의 뇌는 매일 특정 시간에 규칙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에 적합하게 구성돼 있다. 따라서 단 몇 십 분이라도 매일 일정 시간을 할애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영어공부에 관한 한 “시간 날 때 하지 뭐”처럼 나쁜 생각은 없다.
 

나홀로 영어공부 해선 안될 것

과도한 욕심 영어 학습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영어를 ‘조금씩 꼭꼭 씹어’ 소화하기보다 ‘한꺼번에 물어뜯듯’ 삼키려 한다는 것이다. 혼자서 공부할 땐 학원에 의존할 때보다 두 배 이상의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목표는 작게, 실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해야 한다. 하루 10~15분 정도로 학습시간을 정하되 한 주에 완성할 수 있는 명확한 계획을 짠다. ‘올 연말까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독파할 것이다’ 같은 허황된 목표보다 매일 짧고 흥미로운 자료를 골라 읽고 두 단락 정도의 짧은 글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단어 암기나 문법에 집착 어떤 공부든 재미있지 않으면 이내 싫증이 나게 마련이다. 영어를 공부할 때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평소 즐겨 부르던 팝송 속 표현을 뽑아 의미를 이해하는 방식도 때론 훌륭한 영어 학습법이 될 수 있다.


팀 알퍼(Tim Alper) |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IT타임스(ittimes.co.kr) 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어학원 영어 강사 역임.




 / 팀 알퍼 저널리스트
   번역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관용어구만 줄줄… 창의력 ‘빵점’의 한국인들
▲ 일러스트 유재일
한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 나 역시 여느 외국인과 다름없이 영어학원에 일자리를 얻었다. 영어 작문반 수업을 맡게 된 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작문 좋아해요?” 예상했던 바이긴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작문을 끔찍하게 여겼다. 영어는 물론, 한국어를 이용해 글 쓰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대 사회에서 글 쓰는 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다.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친구의 홈페이지에 들러 안부를 남길 때, 인터넷 뉴스에 댓글을 달 때 할 것 없이 시시때때로 문장과 단락, 혹은 그 이상의 것을 조합해 한 편의 글로 완성시켜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급속하게 국제화되고 있는 21세기에서 일하고 살아갈 계획이라면 한국에 산다 해도 한국어 작문만 잘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영어로도 한국어만큼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이의 상품가치는 값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높다.

마케팅이나 미디어·광고 관련 기업에선 이미 영어 작문을 필요로 하는 업무 수요가 급속도로 늘고 있으며 다른 사업 부문에서도 이를 바짝 뒤쫓고 있는 추세다. 만약 서류 양식이나 업무상 이메일을 능숙한 영어로 작성할 수 없다면 2008년 현재 고용자 입장에서 당신은 ‘쓸모 없는 직원’으로 낙인 찍힐지도 모른다.

영어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한국인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두말할 것 없이 ‘말하기(speaking)’다. 그렇다고 이들이 스스로의 작문 실력에 만족하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글을 활용한 의사소통 방식은 단순히 해당 언어를 이용해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만약 누군가가 영어 작문을 통해 스스로의 전문성과 지성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그 글에 사용되는 영어는 정확해야 할 뿐 아니라 품격을 갖춰야 한다.
 

한국인은 왜 영작에 약한가

시험용 영어에 익숙, 머릿속은 관용어로 가득
어휘만 나열한 기계적인 글은 토익에서나 통해


흔히 한국인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다른 나라 학습자에 비해 문법이나 어휘 암기 실력이 탁월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작문을 잘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본이 갖춰져 있다고 해서 글의 완성도까지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영작 내용은 그들의 문법과 어휘 실력에 비춰볼 때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토익(TOEIC) 같은 영어공인시험 성적 향상에 기반을 둔 교육 시스템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원은 수강생에게 “시험에 나오는 제시문을 잽싸게 이해하고 답을 찍는 방법을 가르쳐 단기간에 점수를 올려주겠다”며 호언장담한다. 그리고 이런 요령 위주의 상술이 여전히 먹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너무 많은 일자리가 이런 유의 시험 성적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시가 다급한 구직자들이 이런 ‘지름길’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결과 학원들은 어린 수강생의 머리를 ‘on the other hand(반면에)’나 ‘in sum(요컨대)’ 따위의 뻔한 관용어구로 잔뜩 채워놓았다.

학원들이 수강생을 독려해 양산하는 영어 에세이는 하나같이 문법적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글 속에 혼이 없다(soulless). 그저 기계적으로 자신이 배운 어휘를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 글은 ‘토익형 학문 세계’에서나 통할까, 그 외엔 별 가치가 없다.

만약 다국적기업의 외국인 CEO가 이 회사에 지원서를 낸 당신에게 에세이 작성을 요구했다고 치자.(이건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최근 들어 이런 상황은 직종을 불문하고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만약 학원에서 배운 형태의 글을 써낸다면 그 회사에 취직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뻔한 관용어는 잊어라!

‘반면에’를 뜻하는 연결어는 무조건 on the contrary?
‘on the other hand’ ‘actually’… 상황에 따라 달라


문법만 놓고 보면 한국인의 영어 실력은 분명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게 ‘품격 있는 글’로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글의 품격이란 해당 언어권 문화에 대한 적절한 지식이 수반됐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인 영어뿐 아니라 어떤 언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컴퓨터는 각각의 코드를 적절히 조합해 그 결과치를 인식함으로써 작동하지만 인간이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제는 이와 전혀 다르다. 언어, 그중에서도 특히 글은 글쓴이의 사고체계와 미묘한 어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건 ‘사고의 구조(structure of thought)’다. 영어 작문에서 영어권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사고구조 때문이다. 한국과 영어권 국가의 사고구조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각각의 언어로 쓰여진 글 역시 다른 모습을 띤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서양인의 생각과 일상을 글 속에 녹여내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의사소통의 첫 단계는 반드시 ‘생각을 영어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걸!

한국에서 이른바 ‘작문(writing)’ 타이틀을 붙인 수업은 몇 가지 유형에 따라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매단락은 ‘on one hand(한편)’처럼 글을 여는 연결어로 시작된다, 단락을 구성할 땐 ‘첫째’ ‘둘째’ ‘셋째’ ‘기타’와 같은 목록을 만드는 게 좋다…. 그러나 단언컨대 영작문에 대한 이런 식의 접근은 서양인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식상한 방법이다. 심지어 종종 이런 연결어들은 잘못 가르쳐지기도 한다.

‘on the contrary(그렇기는커녕)…’란 표현의 예를 들어보자. 사실 당신이 이 숙어를 써야 한다고 배운 문장엔 ‘on the other hand(반면에)…’나 ‘in spite of this(~에도 불구하고)…’와 같은 표현을 쓰는 게 더 적절한 경우가 훨씬 많다.

‘on the contrary’는 일반적으로 특정 정보를 부인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난 서울이 작은 도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꽤 크더라”고 할 때 “I think Seoul is a small city. On the contrary, it’s quite big”과 같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현대 영어에선 이런 상황이라 하더라도 ‘on the contrary’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actually(사실은)’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당신이 작문에서 ‘on the contrary’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면 당신의 글은 셜록 홈스 추리소설 속 캐릭터의 대사 정도로 상대방에게 각인될 것이다.

비슷한 예는 영단어 ‘rather’를 수량형용사(quantifier)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rather’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다음과 같은
예문에서 흔히 발견된다. “I’d rather go to the cinema than the swimming pool(수영장에 가느니 차라리 극장에 가겠다).” 그러나 “이 차가 더 빠르다”란 문장을 영작할 때 “This car is rather fast”라고 하진 않는다. ‘rather’를 하나의 단어로 떼내어 해석하지 않고 문장 속 용례를 통해 이해하려는 습관이 없다면 후자와 같은 실수는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지금 당장 외국 신문을 들어라!

잘 쓰여진 텍스트 읽고 베끼는 것이 최선
닥치는 대로 읽어 영어식 표현 익숙해지도록


지금 당장 ‘워싱턴포스트’나 ‘텔레그라프’, ‘시드니 모닝 헤럴드’ 같은 세계 유수의 신문 기사를 훑어봐라. 거기엔 당신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연결어들이 존재할 것이다. 영자 신문 기자들 역시 당신이 알고 있는 수많은 연결어를 알고 있지만 구태의연하게 그 조합들을 반복해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1000개가 넘는 단어를 이리저리 꿰어 맞춰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을 만들어낸다. 그렇고 그런 연결어를 기초로 한 작문 방식이 형편없고 뭔가 빈약해 보인다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건 당신에게만 귀띔하는 건데) 영어 작문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가장 잘 쓰여진 텍스트를 읽고 그 작문 방식을 베끼는 것이다. 영어 교재든 잡지든 소설이든 관계없다. 닥치는 대로 많이 읽고 거기에 사용된 표현을 눈여겨 살펴라. 당신 손을 거쳐간 영어 텍스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서양식 문체와 문법 구조에 대한 이해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전문작가의 작품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정식으로 출판되기 전 일련의 전문가 그룹에 의해 문체나 어법 등을 철저하게 점검 받았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자 신문들은 주요 기사들을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Sophie’s World)’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Animal Farm)’ 등은 원서로 읽기에 큰 부담이 없으면서도 훌륭한 문장들로 구성돼 있어 한국인이 작문 공부를 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 효과적인 작문 연습을 위해선 학원수업에만 의존하지 말고 영자신문이나 영어소설 등을 꾸준히 읽고 베껴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photo 조선일보 DB
작문의 길, 문화 이해에 있다

‘영어=외우는 과목’이란 한국식 교육법부터 고쳐야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이 단어 외우기보다 중요


 역량 있고 학생에 대한 열의가 넘치는 영어 강사라면 작문 수업에서 단순히 문장을 나열하는 테크닉에 집중하기보다는 한 편의 글을 짜임새 있게 조직하고 문체를 세련되게 가꾸는 법을 가르치려 노력할 것이다. 한국인이 유독 이 부분에 취약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듣는 한국인의 상당수는 여전히 주어진 문장을 통째로 암기하는 데 급급한 게 현실이다. 이는 영어 학습 초창기부터 한국인에게 ‘영어=외우는 과목’이란 인식이 깊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행 한국 영어교육 체계는 일단 확립된 고정관념을 오히려 고착화시키고 있다. 글 속에 숨겨진 필자의 본래 생각을 펼치는 데 도움을 주지도, 효율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주지도 못하는 것이다.

영어 작문을 잘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바로 글쓴이 자신의 생각이다. 서양 문화에선 우상파괴자와 반역자도 포용한다. 이런 문화적 바탕을 모른 채 한국인이 해당 주제에 대해 글을 쓴다면 그 글이 영어문화권 사람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요컨대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자질을 보유하는 것, 곧 해당 언어권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갈고닦는 일은 풍부한 어휘력을 갖추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지루한 것보다는 틀리는 게 낫다

작문의 핵심은 독창성(creativity)과 새로움(newness)
결론 미리 정하고 쓰지 말고 다양한 사례 최대한 활용을


결국 논점은 ‘그래서 작문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귀결된다. 슬프지만 가장 정확한 답은 ‘타고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한국에서 웬만한 ‘네이티브 스피커’보다 훨씬 영어 작문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의 능력은 문법이나 어휘 기술보다는 구태의연한 선례를 깨뜨리려는 타고난 능력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은 정해진 틀 바깥에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에세이 한 편을 쓴다고 치자. 주어진 질문에 ‘예스(yes)’ 아니면 ‘노(no)’라고 성급하게 답을 결정한 후 글을 써내려 가선 안 된다. 작문하는 데 그처럼 멍청한 방법은 없다.

대신 독자 입장에 서서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최대한 활용해라. 아울러 글마다 독자에게 화두를 던지고 적극적으로 대화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사 스스로를 벼리는 자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독자로부터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서양 문화권에선 더욱 그렇다. 만약 당신이 글로써 독자를 화나게 하거나 슬프게 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의 호평은 없다. ‘따분하고 지루한 글’이란 평가(혹은 무관심!)보다 그 편이 훨씬 낫다.

'독창성(creativity)’과 ‘새로움(newness)’. 영어 작문을 잘하는 데 이 두 가지가 핵심 요소라는 걸 한국인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평범한 글과 뛰어난 글을 평가하는 기준 역시 이 둘을 벗어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글의 품격을 무시한다면 작문의 기술을 익힐 때도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글의 품격이란 독창성, 그리고 읽는 이로부터의 반응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시 한 번 명심할 것! 서양 문화를 더 많이 이해할수록 당신의 영어 작문이 품격을 갖추게 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토익을 넘어서라!   영어 에세이 잘 쓰는 법

대부분의 한국인은 단지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작문을 공부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문서를 이용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요즘 직장인에게 영어를 활용한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메시지, 그리고 보고서 작성 기술 등은 말로 하는 의사소통만큼이나 중요하다.

만약 당신이 ‘글 잘 쓰는 법’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글 잘 읽는 법’에도 능통할 확률이 높다. 여기에 잘 구성된 영어 에세이의 얼개에 대한 개념까지 갖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이는 단지 작문 실력 향상뿐 아니라 영어 텍스트를 접했을 때 자신의 관심 분야를 재빨리 포착,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여기 제시하는 예는 5개 단락으로 구성되는 에세이의 기본 틀과 각각의 단락에 포함돼야 할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첫 번째 단락  독자를 유인하라
글의 시작 부분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가 포함되는 게 좋다. 특히 글의 주제가 딱딱하고 지루할 경우 이 단락을 잘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의 토익 교재는 당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글을 시작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좋은 작가는 질문으로 글을 열지 않고 오히려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글을 전개한다’고 생각한다. 주제와 연관된 개인적 예나 재미있는 일화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독자를 글로 끌어당기려면 시작 부분을 너무 짧지 않게, 최소한 한 단락 분량은 되도록 정리하는 게 효과적이다.

두 번째 단락  주제를 소개하라
독자의 흥미를 끈 후엔 본격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문제’가 뭔지 알린다.(불행히도 대개의 에세이는 어떤 ‘문제들(problems)’을 집중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글에서 나는 …의 문제를 다루려고 한다(In this essay, I will discuss…)”와 같은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 자칫 아마추어가 쓴 글처럼 보일 수 있다.

세 번째·네 번째 단락  주제와 관련된 예를 들어라
통계 자료도 좋고 누군가의 발언 내용도 좋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객관성 있는 데이터를 인용하는 것처럼 효과적인 건 없다. 단, 이 경우 반드시 정확한 출처를 밝혀야 한다.

다섯 번째 단락  명확한 결론을 내려라
글을 마무리 짓는다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락에선 당신이 주장하는 바를 강렬하면서도 독창적으로 호소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로부터 일정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그 반응이 그들을 화나게 하는 것일지언정!) 만약 독자가 당신이 도출한 결론에 아무런 감흥을 얻지 못한다면 이제까지 글을 전개해온 당신의 노고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마지막 단락을 쓸 땐 나머지 부분이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지 않다 할지라도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전하는 충고 |

어순에 문화가 반영됐다는 것 명심해야… 서양문화가 곧 미국문화라는 생각도 착각


성균관대에 다니고 있는 김은실씨는 학과 공부를 하는 틈틈이 영자신문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영어 작문과 관련, 다른 학습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영어로 글 쓰는 일을 나름의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제게도 무언가를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매 순간이 고통이었어요. 외국어로 글 쓰는 일에 대해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 과정을 제대로 해내려면 우선 스스로의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거예요. 문장 하나, 단락의 구조 하나에도 글 쓰는 사람의 생각이 스며들게 마련이거든요.”

김씨는 “영어와 한국어의 작문 체계엔 많은 차이점이 있다”며 “그중에서도 한국인이 영어로 글을 쓸 때 가장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은 영어 문장의 순서”라고 지적했다. “영어 문장의 어순은 그냥 정해지는 게 아니에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도 우리와는 상이한 영어권 문화의 절차와 방식이 반영돼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는 “언어 학습에서 아무리 문화의 특성을 강조해도 한국인 학습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영어와 한국어는 전혀 다른 언어권에 속해 있어요. 그렇지만 한국인들은 아주 짧은 기간 서양문화를 접해보곤 영어의 특성을 ‘이럴 것이다’라고 쉽게 단정 짓곤 해요. 그 과정에서 비교대상이 되는 건 아시아 국가들이고요. 제일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서양문화’라고 하면 막연하게 ‘미국문화’를 생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외국인은 한국어 전혀 못해도‘당당’
한국인은 영어 조금 하면서도‘쩔쩔’

‘백인’이면 다 미국 사람?
비영어권 외국인도 많은데 으레 ‘영어하는 사람’
한국어 능숙한데도 확인 않고 무조건 영어로


거리에서 외국인과 마주쳤을 때 ‘저 사람은 당연히 영어로 말하겠지’라고 지레 짐작하는 건 경솔한 생각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대부분의 한국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물론 서양인처럼 보이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영어권 국가 출신일 수 있다.

▲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의 국적은 상당히 다양하다. 그리고 한국인의 눈에 ‘미국 사람’처럼 보이는 이 중 많은 수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출신인 것이 현실이다.

이들 중 몇몇은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능숙하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외국인이라 해도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엔 한국어로 말을 거는 편이 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만약 그들이 한국어로 말을 건넸을 때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영어를 사용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외국인을 대할 때 이런 태도를 보이는 한국인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급속도로 세계화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정 등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모든 사람이 영어권 국가 출신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안이한 분류법 아닐까?

얼마 전 업무 때문에 한국에 들른 일본인 친구와 서울 시내를 걷다 길을 물어보려고 한 슈퍼마켓에 들렀다. 영국인인 내 한국어 실력은 신통치 않은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말을 걸었다. 그러나 점원은 나한테가 아니라 한국어라곤 한마디도 모르는 내 친구에게 한참이나 길을 설명했다. 생김새가 한국인과 비슷한 그를 한국인으로 착각한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이중 잣대
한국어 배울 생각 않는 외국인엔 관대하면서
말 걸면 피하고 옆에 있어도 ‘투명인간’ 취급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지내다 보면 심심찮게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곤 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인을 마치 ‘투명인간’ 대하듯 다룬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말할 수 있는 외국인이라면 이런 상황이 무척 당혹스럽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외국인 A가 한국인 친구와 함께 한국 음식점을 찾았다. 그들은 각자 원하는 메뉴를 한국어로 주문한 후 물 한 잔을 청했다. 공교롭게도 A가 주문한 음식은 상당히 매운 한국 음식이었다. 그러나 점원은 외국인은 마치 그곳에 없다는 듯이 무시한 채 동행한 한국인에게 물었다. “이 분 매운 거 먹어요?”

물론 한국을 찾은 대부분의 외국인이 별도의 한국어 공부를 하지 않는다. 일부는 한국어를 배울 필요를 못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한다 해도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인의 태도는 다소 무례하다. 만약 당신이 영어권 국가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Thank you”나 “Hello” “Goodbye” 같은 간단한 영어 표현은 공부해 갈 것이다. 외국인도 다르지 않다. 최소한 몇 주 이상의 일정으로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이라면 그들 역시 최소한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한글 표현을 습득하려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도 히라가나와 가타가나, 한자까지 뒤섞여 있어 복잡하기 그지없는 일본어나 음과 뜻을 일일이 따로 외워야 하는 중국어와 달리 한글은 비교적 배우기 쉬운 언어다.

훈민정음 언해본에 의하면 세종대왕은 당시 글이 없었던 평민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를 만들기 위해 한글을 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한글이 한국인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라면 외국인이라고 해서 어려울 것도 없다. 한글 초성 ‘ㄱ’은 영어 알파벳 ‘g’에 해당하고 중성 ‘ㅔ’는 영어 알파벳 ‘e’에 해당하므로 둘을 합치면 ‘게’가 되는 것 아닌가. 한글을 배우는 건 로켓 과학처럼 까다롭고 복잡한 일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어를 배워보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지나치게 너그러운 경향이 있다. 관광객은 물론 사업 때문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보면 으레 ‘그래, 저 사람들은 한국어를 못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외국인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각자 중요한 목적을 갖고 한국에 머물면서도 한국어에 까막눈인 이들이 많다. 그들은 하나같이 “한국어는 너무 어렵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영어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건 결코 한국어를 못하는 데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한국인은 외국인이 다가가 무언가 물어보려고 하면 이미 얼굴이 빨개져선 저만치 도망가 버리곤 한다.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외국인을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그들이 영어로 말을 걸면 줄행랑을 치는 한국인을 접할 때마다 너무 혼란스럽다. 그럼 도대체 이 나라에서 외국인은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외국인을 외계인 보듯 하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살아남으려면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이 악물고 오랫동안 공부해 영어에 비로소 자신감을 갖게 된 극소수의 ‘용감한 한국인’을 친구로 삼는 것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대다수의 한국인이 최선을 다해 외국인과 마주치는 상황을 피한다. “그들은 한국어를 못하고 난 영어에 서툴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아무리 겪어도 낯설고 불편하다.


외국인을 피하는 이유

영어에 자신 없어 실수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
자신감이 최대 무기… 틀리더라도 당당하게!


한국인이 외국인을 피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의 영어 실력에 확신(confidence)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새로운 한국인을 한 명씩 알게 될 때마다 그들은 한결같이 “영어 못해요”라며 손사래 치기 바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영어 지식이 내가 갖고 있는 한국어 지식보다 훨씬 낫다는 걸 알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확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뿐이다. 나 역시 한국어를 말할 땐 매번 어색하다. 이렇게 발음하면 바보처럼 들리진 않을까, 엉뚱한 곳에 엉뚱한 단어를 사용하면 어쩌나 늘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 ‘걱정’의 도가 지나쳐 ‘공포’에 가깝다.

언어를 습득하는 데 있어 자신감은 처음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은 너무 많이 들어 진부하지만 언어학습에 이만큼 딱 들어맞는 말도 없다. 만약 당신이 유럽을 여행하게 된다면 형편없는 영어 실력으로도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자신만만한 이유도 단 하나, 영어를 말하는 사람 앞에 자신의 ‘함량 미달 영어 솜씨’를 드러내는 걸 전혀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절대로 나쁜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밤낮으로 영어 문법책을 파고들지만 남들 앞에서 실수할까 봐 두려워 공공장소에서 영어로 말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보다 이들의 영어 실력이 훨씬 더 빨리 일취월장할 것이다. ‘조용히 그리고 신중하게(quiet and studious)’란 학습의 법칙은 수학 공부엔 적합할지 몰라도 영어 공부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모국어를 익히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 시작은 언제나 말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문법이나 어휘 같은 개념이 존재할 리가 없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건 다른 이들과 의사소통하고 싶다는 근본적 욕구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영어를 잘 말하고 싶다면 아이들의 언어 습득 방식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말을 배워가는 과정에 접근하면 할수록 영어를 좀 더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시류를 거슬러 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영어 교육 체계는 ‘거슬러 갈’ 필요가 있다. 학교 교육은 시험과 문법, 점수 따위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며 학생들을 몰아붙이지만 정작 언어 학습의 핵심인 확신을 심어주는 데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천성적으로 유럽인이나 미국인, 남미계 사람들에 비해 부끄럼을 많이 탄다. 그래서 외국어를 말할 때 자신감을 확립하는 과정은 더욱 중요하다. 그 작업은 한국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모든 영어교사가 첫 번째 수업 지도방식으로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설사 이런 생각을 하는 교사가 있다 해도 그 방침을 고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학교장과 학부모로부터 “학생들의 영어 점수를 높이는 데 집중하라”는 지적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시도 수줍음도 ‘적’
외국인 앞에선 벙어리… 한국인 앞에선 유창
남과 비교 말고 하나씩 배운다고 생각하라


한국에선 교실에서 이뤄지는 영어수업이 문화적 문제와 연관되기도 한다. 한국의 교실에서 학생 개개인의 영어 실력은 종종 신분(status)의 문제와 직결된다. 영어학원에선 잘못을 지적받을까 봐 입도 뻥긋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다른 사람이 모두 알아차릴 만한 실수를 하는 게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이들은 막상 교실 영어 수업시간엔 자신의 실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걸 자랑하기 위해 동급생이 최대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이야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해외연수나 어학원 등 영어 사교육 경험을 뽐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것이나 수줍어하는 것 모두 언어를 배우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언어는 그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그들의 생각을 알아듣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과도한 분석이나 막연한 공포 모두 한국인의 영어 학습을 저해하는 요소이므로 두 가지 모두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한국인은 본래 소심하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그게 한국인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런 기질이 한국인을 친절하고 평화로운 민족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오히려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국민들, 예를 들어 러시아인의 경우 천성이 활달하고 시끌벅적하며 공격적이다. 그들의 영문법 점수는 낙제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언어 규칙 같은 건 무시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들의 유창한 영어 실력은 한국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비록 완벽하지 않은 영어라도 자신감 있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 일러스트 박상철
그럼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 당장 문화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다. 한국인은 한국인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그걸 바꿀 순 없다. 그러나 언어 학습에 관한 한 한국인은 자신감의 가치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선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과 마주쳤을 때 으레 가지기 쉬운 스스로의 콤플렉스부터 떨쳐버려야 한다. 교실에서 우리는 모두 학생일 뿐이다. 그러므로 섣불리 다른 학생과 자신을 비교해선 안 된다. 영어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남의 흉허물을 사사건건 지적하기보다 서로를 격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영어 전쟁’에 뛰어드는 아이들에게도 자신감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 그 나이 때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정보들로 머리를 채우는 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험이나 평가는 (사회적으로 사람들의 등급을 매기는 데는 어떨지 몰라도) 누군가의 어학 실력을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 형편 없는 점수가 기록된 성적표는 당신의 자신감에 보기 좋게 ‘한방’을 날리기 때문이다. 그건 “당신은 영어를 잘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정말 영어를 잘 말하고 싶다면 눈을 감고 한번 떠올려보자. 당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한국어를 익히고 배워왔는지 말이다. 그 기억 속에 시험이나 평가 같은 건 없을 것이다. 그저 “우리 딸(아들) 잘 한다”는 부모님의 친근하고 긍정적인 격려만 존재할 것이다. 영어도 다를 게 없다. 지금부터라도 매일 ‘나도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르자. 서양인이 다가올 때마다 돌처럼 굳어버리는 한국인을 더 이상 양산하지 않으려면 한국의 영어 교육 체계에 ‘자신감’이란 요소를 이식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 영어교사를 위한 충고 |

1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라
학생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에서 서로의 견해를 활발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의 의견이 활발하게 제시될 수 있는 집단토론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특히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학습자에게 이 방법이 적절한 건 아니다. 때론 ‘식료품점에 갔을 때’와 같은 상황을 정해 역할놀이를 하게 하거나 간단한 드라마 스케치를 해보라고 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수업 방식을 찾아나가야 한다.

어떤 상황을 설정하든 사전에 대본을 만들고 그걸 읽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되 그걸 기록하게 하지 말고 머릿속에서만 기억하도록 지시한다. 그런 다음 다른 학생들 앞에서 연기를 펼치게 한다. 교사는 연기 중 그들이 실수한 부분을 기록해 두었다가 수업이 끝날 때쯤 간단한 평가를 곁들여 지적해준다. 사람들 앞에서 영어를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학생들의 자신감은 배가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2수업에서 ‘종이’를 없애라
영어뿐 아니라 모든 수업에서 교과서와 노트는 필수 준비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영어수업에서만큼은 이 ‘공식’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업에 사용하는 종이의 양과 수업의 효율성은 반비례한다고 보면 정확하다. 그러므로 수업 계획을 짤 때는 되도록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자.

한국에선 수업시간에 교사가 문서로 된 자료, 일명 ‘프린트’를 나눠주는 순간부터 학생들의 사고 구조가 수학적으로 흘러간다. 수업내용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프린트에 적힌 단어의 뜻을 알아차리는 데 골몰하는 것이다. 교사가 독해나 작문 기술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종이 한 장 없이도 얼마든지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교과서와 노트가 수업에서 사라지면 학생들은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영어로 더 많은 말을 하게 되고 결국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3학생들을 떠들게 하라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수업 중엔 한 순간도 교실을 조용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언어는 곧 의사소통이다. 따라서 어학시간에 무언가를 말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건 곧 수업을 허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읽고 쓰는 업무는 과제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 영어 수업을 할 땐 교사나 학생을 가리지 않고 쉴새 없이 떠들어야 한다. 대화가 끊이지 않는 교실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학생에게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영어 울렁증’ 이렇게 극복했다 |

“당당하고 좀 뻔뻔해지는 게 최고 ”

의류업체에 근무하는 이나정(35)씨는 영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외국 바이어를 상대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영어 사용빈도가 높은 편이지만 입이 생각만큼 잘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꽤 많이, 열심히 공부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여전히 제 영어 실력에 별로 자신이 없어요. 외국인과 마주할 때마다 불편하죠. 틈날 때마다 영어 단어장을 파고들고 영국으로 단기 연수를 다녀온 후에도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그러나 연수 시절 그를 변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제가 다니던 학원에 비영어권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어요. 스페인, 이탈리아인도 있었고 동유럽에서 온 친구들도 있었죠. 제가 보기에 그들의 영어 실력은 저와 별반 다를 게 없었는데 놀랄 만큼 빠르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영어를 말하는 거예요. 실수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어요. 그보다는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지 여부에 더 신경을 쓰더라고요.”

그런 광경을 처음 접한 이씨는 명백한 실수를 뻔뻔스럽게 건너뛰는 외국인의 모습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자기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알고는 있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들이 서툰 영어 솜씨로 사람들과 말하는 게 제 생각처럼 그리 이상한 게 아니란 걸 깨달은 거죠.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니 그게 당연하기도 하고요. 중요한 건 그들이 저나 아시아에서 온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많은 영어를 말하며 배우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어요.”

이후 이씨는 연수 때 학원에서 만난 외국인들을 흉내내며 영어를 배워나가고 있다. “실수할까 봐 머뭇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됐죠. 지금은 영어 공부에 ‘당당하고 뻔뻔스럽게’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 번역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팀 알퍼(Tim Alper) |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IT타임스(ittimes.co.kr) 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어학원 영어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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